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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시행 '첩첩산중'...출판계 10년전쟁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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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최근 10여년간 도서정가제 문제는 논란의 전부일만큼 출판계 숙원사항이다. 지난 1월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이후 출판계는 올해안에 도서정가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며 힘을 모으느라 분주한 양상이다.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올해 안에 이뤄질 지는 첩첩산중이다. 워낙 험로가 예상돼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출판계가 올해 정가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이유는 산업 전반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다. 이에 따라 온-오프 간의 '10년 전쟁'이 대립에서 상생으로 전환될지 초미의 관심거리다. 22일 출판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전문가 및 일반인 설문 조사, 연구 용역, 각종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실시해 정가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온-오프 간, 대형서점과 소형 서점 등 각 영역을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가제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온-오프 양 진영은 치열한 논리싸움을 펼치는 한편 세불리기에 혈안인 상태다. 온라인 서점 등은 '소비자 보호' 논리로 정가제 반대가 만만치 않다. 반면 출판계는 온라인업체의 무분별한 가격할인경쟁이 출혈로 이어져 건전한 출판 생태계 및 산업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한다.


올해는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2단계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14∼2018년)이 수립되고, 도서관법에 의한 2단계 도서관 발전종합계획(2014∼2018년)이 수립된다. 따라서 출판계는 새로운 진흥계획 수립을 계기로 출판시장 개편을 위한 각종 방안 및 출판인쇄진흥법' 개정을 통해 정가제를 조속히 정착시켜야한다는 입장이다.

◇ 법 개정작업, 어떻게 진행됐나 ?=지난 97년 온라인업체들의 등장과 할인판매를 통해 시장 안착을 시도했다. 이에 골목서점 퇴출, 출판사 수익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립이 격화됐다. 이에 2003년 '출판 및 인쇄 진흥법' 제정을 통해 발행 후 1년 미만의 도서의 경우 온라인서점만 최대 10% 할인을 허용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출혈경쟁이 줄어들지 않고, 각종 마일리지제도, 할인 쿠폰 등 온라인 서점의 편법 동원으로 법 취지를 무색케 했다.


2007, 2010년 두차례에 걸쳐 '출판 문화산업 진흥법'으로 개편,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설립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해묵은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정가제 문제는 10년 이상 분쟁의 핵심요인으로 자리해 왔다. 이에 지난해말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확확립을 위한 관련법 개정 공청회'를 열고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 출판의 위기=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89조원으로 전년 83조원보다 6.9% 성장했다. 수출 역시 전년 24조원보다 16나 늘었다. 그러나 출판산업은 더욱 암운이 드리워진 상태다. 지난해 8월 현재 출판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가 감소하고, 출판 종사자도 .13%가 줄었다.


서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94년 5600개에 달하던 동네 서점은 2003년 2247개, 2012년 1723개로 줄었다. 그 새 대형 도서총판 등의 부도도 속출했다. 도서 소매업 매출의 경우 2005년 4조3800억원에서 2010년 4조3700억원으로 감소하고, 도매업 매출은 같은 기간 3조2500억원에서 2조96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온라인서점은 최근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온라인 서점은 대형 5개사가 거의 시장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 독과점 양상이 심화된 상태다.


◇ 출판산업 회생방안 없나=현행법에 따르면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 도서(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경과한 도서(구간도서)와 실용서ㆍ초등학습참고서 및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함으로써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진 실정이다. 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회 정무위원장은 "문화상품이자 공공재인 도서는 반복 구매가 없는 지식상품으로 대량생산과 유통비용 절감을 무기로 무한자유경쟁을 펼치는 공산품과는 달리 특별한 보호가 절실하다"며 "온라인서점의 구매 파워가 불러온 폐단은 시장 왜곡, 건전한 출판생태계를 파괴해 지식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골목서점을 보호하지 않고는 출판 산업 육성이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권혁재 학연문화사 대표는 "학술출판분야는 그야말로 고사위기"라면서 "도서관 등의 전문서적 구입비용을 늘리고, 전자출판 등에도 지원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출판계는 도서정가제가 회생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독서문화운동 진영이나 문학인 등 저자들도 도서정가제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기까지 아직 험로가 남아 있는만큼 출판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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