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가이드라인' 발표…4월 출시 제품부터 적용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앞으로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돼 제공되는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삭제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선탑재 기본앱의 삭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 사례다.
그 동안 스마트폰 기본앱이 너무 많고 삭제할 수도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23일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
하고 사업자로 하여금 필수 기본앱을 최소화하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탑재 기본앱은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고유 기능·기술을 구현하거나 운영체제(OS) 설치·운용에 필요한 경우 '필수앱'으로, 그 밖의 경우 '선택앱'으로 분류된다. 이용자는 선택앱에 대한 삭제권한이 부여되며 선탑재 앱의 종류와 수, 실제 사용가능한 스마트폰 내부저장소 용량을 이용자가 더욱 쉽게 알 수 있도록 바뀐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에는 통신사와 제조사가 자사 서비스 관련 앱을 미리 탑재해 제공한다. 이중 대부분이 데이터 삭제가 불가능한 시스템 영역에 설치된 상태로 출시돼 왔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은 너무 많은 기본앱이 제한된 용량을 불필요하게 차지함에도 손쓸 수가 없고, 실제 쓸 수 있는 저장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힘들다며 불만을 표해 왔다. 지난해 8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기본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부가 지난해 11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8%가 선탑재 앱을 삭제하려 시도했고, 55.1%는 삭제되지 않는 기본앱 때문에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통3사에서 모두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4 제품의 경우 기본앱의 수가
SK텔레콤 80개, KT 71개, LG유플러스 73개였다.
미래부는 "4개월 동안 관련 사업자들과 논의를 거쳐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되 기술·서비스 혁신에 장애가 되지 않는 사업자 자율 이행 방식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합의하고 이행계획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6~25개의 선탑재 기본앱을 제공했던 이통사의 경우 고객센터·앱스토어·NFC·와이파이접속의 4개 필수앱을 제외한 나머지 12~21개 앱에 대한 삭제가 가능해진다. 또 31~39개의 기본앱을 제공했던 제조사는 전화·메시지·카메라·DMB 등 14~18개의 필수앱을 제외한 나머지 13∼24개 앱을 삭제할 수 있게 된다.
안드로이드 OS에 수반되는 구글 앱의 경우 13~16개 앱이 삭제가 불가능하지만, 향후 제조사와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앱탑재 계약을 통해 필수앱·선택앱을 구분하고 선택앱을 삭제할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사업자는 선탑재 앱이 너무 많이 설치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각 앱 별로 이용 현황을 분석해 이용률이 적은 앱은 선탑재에서 제외하는 내부정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한편, 향후 출시하는 스마트폰에는 선탑재 앱 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9개에서 26개로, LG전자는 38개에서 28개로, 팬택은 31개에서 26개로 줄어든다.
선탑재 앱의 종류·수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내부저장소의 크기는 이용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존 출시 제품의 경우 다음주부터, 신규 제품은 출시할 때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른 선탑재 앱 삭제 기능은 올해 4월부터 출시되는 스마트폰 신제품부터 적용된다. 다만 기존에 출시된 제품의 경우 삭제 기능을 부여하면 안정성 문제가 발생해 저장된 데이터가 소실되거나 기능오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일단 각 사업자별로 기술적 허용 범위 내에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사업자들은 선탑재 앱의 업데이트를 통해 앱 자동실행으로 메모리를 차지하거나 전력을 소모하는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진규 미래부 인터넷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차원"이라면서 "향후 스마트폰 이용자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등 제도 실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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