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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수학'이 아닌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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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초기 '對기업 선심쓰기'의 실패학

[세종=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가 모든 규제에 가중치를 두고 총량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규제에 대해선 고시나 훈령이 아닌 법령으로 만들어 억제하고 일몰이 예정된 규제에 대해선 연장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구상에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한 이후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각 부처는 비상이 걸렸다. 규제 혁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청와대는 이르면 이달이나 늦어도 3월 안에는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청와대는 필요할 경우 이 회의를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관광진흥회의 등과 합동으로 개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법ㆍ제도적 장치도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 고시, 행정 규칙으로 만들어진 규제일몰제는 3회 일몰 연장된 규제는 효력을 자동상실토록 하는 삼진아웃제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각각의 규제를 하나의 덩어리고 보고 총량, 총비용(규제에 따른 비용) 등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영국에서 실시한 '원인 원아웃(One-in, One-out)' 혹은 '원인 투아웃'은 하나의 규제가 생기면 반드시 다른 하나 혹은 두 개의 규제를 없애는 제도다.

정부는 건수의 규제와 함께 규제 비용이나 중요도, 파급 효과, 영향력, 투자 효과 등에 가중치를 설정하고 총량을 관리하는 규제총량제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규제에 따른 비용을 기준으로 하는 규제비용총량제, 온실가스감축 목표제와 같이 특정시점 혹은 부문별로 규제(건수 혹은 비용) 철폐 목표를 설정하는 규제관리목표제 등도 검토 대상이다.


총리실과 각 부처는 내달 중 대통령에 대한 연두 업무보고에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백가쟁명식 규제완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규제완화는 역대정권이 정권 초마다 시행해왔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규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전봇대를 뽑겠다던 이명박 정부 시절 규제는 2009년 1만1303개에서 2012년 말 1만4648개로 오히려 급증했다. 규제에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하거나 반드시 없애야 하는 규제, 한시적으로 필요한 규제 등이 있다.


최근 들어서 규제가 늘어난 이유는 정치권 때문이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관련 각종 법안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19대 국회 1년7개월 동안 8596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이 중 8054건이 의원입법이다. 의원입법 가운데 15%가 규제 자체가 목적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이다.


규제개혁이 어려운 데에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도 한몫한다. 진흥기관으로서는 규제가 산업진흥에 걸림돌이지만 규제기관으로서는 규제가 칼자루이자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원입법 가운데는 규제영향평가를 피하고자 국회의원에 입법을 부탁한 정부의 청부입법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야당 법사위원장이 예산안 처리까지 늦추면서 규제완화를 담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끝까지 반대하는 것은 규제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싸움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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