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벤틀리를 사 오랬더니 도요타를 골라?"
잉글랜드 프로축구 카디프시티의 빈센트 탄(62·말레이시아) 구단주가 전임 말키 맥케이(42·잉글랜드) 감독을 경질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맥케이를 내쫓고 올레 군나르 솔샤르(41·노르웨이)를 영입한 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탄 구단주는 9일(한국시간) 영국 언론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자금을 충분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실망스러웠다. 벤틀리를 살 돈으로 도요타를 사온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로스포트’는 탄 구단주가 맥케이 전 감독에 대한 법적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케이 전 감독은 2011년 부임한 뒤 카디프시티를 지난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우승으로 이끌어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올려놓는 공을 세웠다. 성공에 고무된 카디프시티는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안드레아스 코르넬리우스(21·덴마크)와 스티븐 코커(23·영국), 게리 메델(27·칠레) 등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가장 문제가 된 선수는 공격수 코넬리우스다. 카디프시티는 5년 계약에 760만 파운드(약 133억원)의 이적료를 포함, 2000만 파운드(약 352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주고 코르넬리우스를 코펜하겐에서 데려왔다. 그러나 코르넬리우스는 지난해 8월 28일 애그링턴과의 리그컵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두 달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골도 넣지 못했다. 1000만 파운드(약 175억원)를 지불한 미드필더 메델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탄 구단주는 항공, 리조트, 부동산 사업 등을 거느린 말레이시아의 버자야 그룹을 설립한 재력가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다국적 프랜차이즈와 휴대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 5월 카디프 이사로 축구와 인연을 맺은 그는 재정난을 겪던 구단을 인수한 뒤 1억4000만 파운드(약 2450억원)를 들여 부채 탕감과 우수 선수 영입에 노력했다.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축구장에서만큼은 통념을 깨는 행동을 일삼아 ‘괴짜 구단주’로 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폼 색상 교체다. 1908년 창단 후 줄곧 푸른색을 사용해 ‘블루 버즈(blue birds)’라는 애칭을 얻은 유니폼을 붉은색으로 바꿨다. 팬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 공략을 내세워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올 시즌에는 이언 무디 전력강화부장을 이유 없이 해고하고 아들의 친구를 그 자리에 앉혀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었다.
축구팬들에게는 '올백'으로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과 검은색 선글라스, 정장 바지를 한껏 끌어올린 ‘배바지 패션’으로 유명해졌다. 지난달 29일 선덜랜드 원정경기 때는 귀빈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도중 원정 온 카디프시티 팬들이 ‘탄, 나가라(Tan, Out)’이라는 피켓을 흔들며 야유를 보내자 오히려 그 방향을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내는 등 뱃심도 남다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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