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세계 최대 금 보유기관인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지난해 금값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NB는 이날 보유 중인 금 가치가 150억스위스프랑 상당 감소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고를 통한 30억스위스프랑과 부실정리기금 매각 등으로 인한 30억스위스프랑의 이익으로 총손실규모는 90억스위스프랑(약 10조6600억원)으로 줄었다.
금 가격은 지난해 3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종료될 것이라는 우려에다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이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대거 금을 팔아치운 탓이다.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204달러까지 떨어지며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SNB는 1907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올해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실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정부와 주(州)정부인 26곳의 칸톤은 중앙은행 배당금을 받지 못하면서 올해 재정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16곳의 칸톤은 올해 예산 절감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SNB는 2011년에 131억스위스프랑, 2012년에 69억스위스프랑의 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스위스에선 지난해 SNB의 금 보유가 최대 정치 쟁점이었다. 우파 성향의 스위스 인민당은 SNB의 금 보유액이 전체 자산의 최소 20%를 유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SNB의 금 매각도 금지한다. SNB는 통화정책 수행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법안 투표 기일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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