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직후 12명의 산하기관장을 불러모아 '강도 높은 정상화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은 다시 한 번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은 전체 공기업 부채 중 45%에 해당하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만큼 국토부 차원의 다잡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이달 하순 예정된 대통령에 대한 공공기관 개혁방안 보고에 앞서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공공개혁을 3대 경제개혁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가장 먼저 내세울 정도로 공공기관의 건전성 제고에 대한 특별한 관심 속에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방지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서 장관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 차원의 전면 재수술 단행을 강조했다.
◆서 장관, 공기업 수장들에게 주문한 내용은= 서승환 장관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14개 산하기관장들에게 강도 높은 개혁안을 주문했다. 서 장관은 "기관별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방만경영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했지만 크게 미흡하고 위기의식도 매우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부채의 절대규모를 축소하고 방만경영을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주 국토부에 제출한 기관별 계획을 전면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도 지시했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특히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며 예년과는 다른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며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정확한 상황 인식과 비장한 긴장감을 가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 온 공기업 개혁과는 다른 눈으로 보이는 개선안을 내놓으라는 엄포인 셈이다.
◆공공기관 개선안 어디에 초점 맞추나=서 장관은 각 공공기관에 세 가지 부문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부채를 정상화하기 위해 필수자산을 제외한 보유자산 조기 매각 ▲불요불급한 사업 및 기능의 과감한 구조조정 추진 ▲예산ㆍ인력조직의 중복부분이나 낭비요인의 확실한 제거 등이다.
특히 부채가 141조원에 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되 근본적인 재무개선 대책 없이는 LH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각오로 혁신적인 대책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대해서는 22일간의 장기 파업으로 막대한 국민생활 불편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올 상반기 중 특단의 경영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뢰 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학자금 무상지원 등 방만경영 사항은 조기 개선토록 하고 일부 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불합리한 인사, 노무규정도 반드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를위해 국토부는 매월 산하 공공기관별 정상화대책 추진실적을 점검하는 등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며 서 장관이 3월 말 기관장회의를 개최해 직접 추진성과를 점검키로 했다. 특히 6월 말에는 그간의 추진실적 및 노력 등을 평가,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조기에 해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산하기관장들이 서 장관에 보고한 후 사실상 퇴짜를 맞은 개선안에는 기관별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개선계획이 담겨있다. LH는 20% 경상경비 절감, 수공ㆍ코레일 등은 간부급 임금인상분 반납 등 자구노력 계획을 보고했다.
특히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으로 선정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대한주택보증은 학자금ㆍ의료비 과다지원, 과다한 특별휴가 등 8대 방만경영 사례 등에 대해 올 상반기중 전면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개선안은 대거 보완돼 1월 중순까지 다시 제출받은 뒤 검토를 거쳐 1월 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상화협의회에 제출되게 된다.
◆국토부 산하기관 부채 얼마길래= 국토부가 별도로 산하기관에 고강도 개혁안 방안과 실천계획 마련을 주문한 것은 그만큼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돼서다. 국토부 산하 14개 공공기관 총 부채는 222조원으로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 전체 493조원의 45%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부채의 경우 지난해 기준 165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200억원이상을 납부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국가 예산 342조원에 비해서도 60%가 넘는 수준이다.
주요 기관별로는 LH가 142조원으로 국토부 산하 공기업 전체 부채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공기업 중 부채 1위에 해당한다. 한국도로공사도 26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고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각각 17조원, 18조원, 수자원공사가 13조원의 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대한주택보증, 한국공항공사, 한국감정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교통안전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대한지적공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이 각각 수억원의 부채와 방만경영으로 지적받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 재정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수자원공사에게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도록 해서 부채규모가 급증하고 경영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이런 점들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힌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인한 공공기관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를 국민 앞에서 강조함에 따라 행복주택 공급이나 제2경부고속도로 신설 등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 악화를 막을 대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LH의 경우 정부의 정책사업 수행에 투입한 부채가 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임대주택 공급 확충에 나선 LH의 재정보전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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