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집중 단속에 자취 감춰…흡연실 설치 업소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손님한테 (담배 피우라고) 종이컵 주던 것도 다 옛말이죠. 요즘은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야 해요."
5일 점심 서울 중구 을지로 식당가 일대. 평일 저녁이면 직장인들로 꽉 들어찼을 테지만 추운 날씨에 손님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올해부터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100㎡ 이상 음식점마다 출입문에 '금연' '금연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등의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ㄷ 고깃집 직원은 "여기 골목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재떨이 대신 종이컵을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그러다간 큰 일 난다"고 얼굴을 붉혔다. 이 직원은 "작년까지는 일부 식당에서 손님에게 종이컵을 주고 담뱃재를 털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부 손님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회사원 이 모(35) 씨는 "추운날 담배를 피우려면 고기를 먹다 말고 밖에 나가야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고깃집은 후황(팬)이 있어서 연기를 다 빨아내는데 금연구역이 포함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푸념했다. 이 손님은 결국 식사 도중 간간이 밖으로 나가 흡연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같은 날 저녁 서울 이태원 거리. 유명한 펍(PUB)이 몰려있는 골목에 들어서니 손님들이 가게 앞에 삼삼오오 모여 담뱃불을 댕겼다. 이들은 담배 한 모금을 내뿜으며 추위에 덜덜 떨더니 이내 담배를 비벼 끄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해만 해도 이 펍 안은 매캐한 담배 연기로 자욱했지만 이날은 실내 공기가 달랐다. ㅅ 펍 직원은 "1일부터 금연구역에 포함됐는데 외국인 손님도 알아서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온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일부 식당이나 술집은 흡연에 관대했다. 흡연을 원하는 손님이 담배를 피우겠다는 신호로 "종이컵 좀 몇 개 주세요"라고 하면 주인이 짐짓 모르는 척 종이컵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올해 전면 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같은 모습은 사라졌다.
서울 홍익대학교 주변의 술집도 저마다 금연 표시를 내걸고 '흡연 불가'를 알렸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ㅅ 실내포장마차와 ㅁ 일본식 술집은 전 층에서 금연이었다. ㅁ 술집의 경우 가게 앞에 재떨이를 배치해놓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도록 안내했다. 60석 규모의 ㅂ 맥줏집 등 가게 내 흡연실을 설치한 곳도 더러 있었다.
6개월간의 계도기간이 끝나 올해부터 '처벌을 위한 단속' 대상이 된 PC방에서도 담배 연기가 사라졌다. 이날 홍대 인근 PC방에는 대부분 흡연실이 설치돼 있었다.
130석 규모의 ㅎ PC방 직원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고 해도 손님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가끔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이 있긴 하지만 말리면 흡연실로 들어간다. 불평불만 하던 때는 이미 지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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