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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처를 닮고 싶었던 여인, 철도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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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처를 닮고 싶었던 여인, 철도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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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100인 지상송년회…올해의 인물 '박근혜'

#1. 1984년 5월29일 영국 남요크셔의 오그리브 코크스 공장. 탄광 파업노조 시위대 5000명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시위가 격해지자 군중은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기마대가 튀어 나가 시위하는 대열 속을 밟고 지나갔다. 이날 집회로 6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튿날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인터뷰에서 "어제의 시위는 법치(the rule of the law)를 '떼치(떼治·the rule of the mob)'로 바꾸려는 소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포클랜드에서는 외적(아르헨티나)과 싸웠지만 지금은 내적(內敵)과 싸우고 있다"고도 했다.


#2. 2013년 12월28일 영하 9.3도의 추위 속에 수만명의 시민이 서울 시청광장에 모였다. 파업노조로 인해 촉발된 시위는 국가정보원 댓글과 노동탄압에 대한 규탄이 뒤섞여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고무된 청년들도 끼어있었다. 집회에서 큰 충돌은 없었으나 철도 민영화 반대를 넘어서서 박근혜 정권을 부정하는 구호가 등장했다. "대처 총리가 영국병을 치유하여 새 도약을 이룬 것처럼 대한민국의 중병을 고쳐놓겠다"(2007년 언론인터뷰)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철도노조 문제를 '가치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51주간의 투쟁을 접고 영국 탄광노조가 결국 파업을 철회(1985년 3월3일)했던, 그 역사적인 순간을 박 대통령은 떠올리고 있을까. 법과 원칙이 뭔지를, 단호한 정치적 선택을 통해 보여주었던 대처는 그 이름이 곧 '정치적 신념'이 된 '대처리즘'이란 말을 낳았다. '사자의 심장을 이식한 여인'이란 별명도 붙었다. 대처의 신자유주의는 과감한 민영화와 노조 무력화, 교육과 의료 등 공공분야의 국고지원 삭감과 사회보장 축소로 요약된다. 이 정책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영국과 한국, 그리고 30년간의 시차. 대처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치는 어떻게 진화할까.

공교롭게도 영국은 철도민영화의 몸살을 앓았다. 대처는 영국을 재생시키는 행동원칙으로 국민의 자구노력과 철저한 경쟁원리를 내세웠다. 그녀의 후계자였던 존 메이저 총리는 1993년 철도를 민영화했다(공기업 민영화에 적극적이었던 대처는 철도만은 민영화를 반대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후 잇단 열차충돌 참사가 일어났는데, 민간 철도기업이 비용을 아끼려고 자동 안전장치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철도노동자는 15만9000명(1992년)에서 9만2000명(1995년)으로 줄었다. 민영화는 화물과 승객 운송을 민간 사업자에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철도사업권은 100여개 기업으로 쪼개져 매각됐다. 2509개의 역사와 철도망을 관리하는 레일트랙은 1996년 가장 늦게 민영화됐는데 2000년에 열차탈선 사고가 일어난 뒤 다시 공영화됐다.


민영화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인, 영국의 사례가 최근 한국에 떠돈 '민영화 괴담'의 한줄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안티-대처'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감독 켄 로치는 철도민영화 이후의 고통을 담은 영화 '내비게이터(2001년)'를 내놨는데, 최근 국내 상황과 맞물려 이 영화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로치는 철의 여인이 눈감은 날, 이런 독설을 남겼다.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쟁입찰을 붙여 가장 싼 업체에 맡기자. 대처 본인이 원한 것도 바로 그런 방법일 것이다." 지난 27일 수서발 KTX 자회사의 사업면허를 발급함으로써 정부는 철도노조와의 타협 여지를 없애버렸으나 오늘 국회 '철도소위'에 합의하면서 파업을 일단 세웠다. 박근혜정부는 영국의 역사적인 궤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단군 이래 첫 선출직 여성 국가수반인 박근혜 대통령. 그녀의 1년은 미래와 과거의 싸움이었고, 희망과 절망의 게임이었다. 초기에 혁신적인 인물을 기용해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측근들은 그녀와 DNA를 맞춘 인물들로 채웠고 각종 정책들은 박정희 시절을 기웃거리고 공기업 코드맞추기와 낙하산은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복지와 공존의 경제에 대한 희망도 현실 속에서는 쉽지 않았다. 중기대통령을 자처했던 경제정책들은 중기도 불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행복주택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은 밖으로 나가려 하고, 건설과 증시는 죽어가고, 서민의 주머니는 자꾸만 홀쭉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정책 결정과 인사에 있어서는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당선 초기부터 슬슬 따라온 대선 댓글과 관련한 잡음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외교력과 북한에 대한 단호함은 호평을 받았으나 최근의 동북아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기민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주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그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출렁이고 있는 의미도 될 것이다.


2013년을 마감하면서 아시아경제는 100인의 뉴스인물을 모시는 '지상송년회'를 벌이기로 하였다. 그중에 '올해의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다. 당선 1년을 넘긴 세밑에 돌아보는 '대한민국 경영자'로서의 그녀의 길을 음미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땅에서 여성대통령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외롭고 높고 쓸쓸한 자리에서, 한 해의 격랑을 헤치고 달려온 그녀를 이 넓고 중요한 지면에 모셔서, 다시 내년의 희망과 이 땅의 미래에 대한 기대(期待)의 장으로 삼는다.




이상국 편집부장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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