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헌법재판소가 “자신에 대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취소해달라”는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김씨가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검찰 처분을 취소하라고 26일 결정했다.
김씨는 2008년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가 ‘민간인 사찰’ 대상이 됐다고 폭로해 이와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09년 10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호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김씨에 대해 기소유예처분했다. 타인이 만든 동영상이고 폐쇄된 블로그에 소수 지인들만 드나들었던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는 않겠지만 김씨의 위법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김씨는 검찰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같은해 1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공직자의 자질과 도덕성, 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그 내용이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도 순수한 사생활의 영역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공인의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 내지 비판은 허용되어야 하며, 제3자가 만든 동영상을 단순히 인용·소개한 것에 불과한 경우 명예훼손의 책임이 부정된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이어 “문제의 동영상에 담긴 이 전 대통령의 전과, 토지소유 현황 등에 관한 내용은 공인의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고, 당시 해당 동영상이 이미 인터넷에 널리 유포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던 정황 등을 고려하면 김씨가 특별히 이 전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거나 동영상의 내용이 허위사실일 수도 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공격한 경우 등이 아니면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고, 직접 내용을 적시하다시피 한 경우가 아니면 단순히 제3자가 만든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만으로 명예훼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인 김씨 등을 불법사찰했다. 당초 실무진을 사법처리 하는 선에 그쳤던 이 사건은 이후 검찰 재수사를 거쳐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의 개입 사실이 드러났고 대법원은 9월 박 전 차관에 대해 징역2년을 선고한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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