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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문화자원 발굴 바람 일으킨 1년半 대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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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시리즈 <끝>

박원순시장도 매료된 '이야기특별시'


[서울스토리]문화자원 발굴 바람 일으킨 1년半 대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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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아시아경제신문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말까지 1년반동안 1000년 역사도시 '서울'의 발자취와 풍물을 따라 기행을 시작했다. 첫회 "한국 현대시의 거장 '김수영, 도봉산에 '풀'로 눕다"를 필두로 76회 "한물 간 삶 같은 낡은 거리, 삼륜차는 오늘도 달리는데…"라는 충무로 일대 문화풍물거리에 이르는 '스토리텔링 서울-시선집중 시리즈’는 독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의 재발견'을 위한 여정은 △ 시민의 삶이 흐르는 광장시장, 평화시장, 통인시장, 피맛골 해장국거리, 세운상가 등 풍물거리 △ 서울 북촌, 서촌, 여의도 광장, 서울역사, 장충동공원, 청계천, 북한산, 충무로 및 을지로 인쇄골목 등 문화역사지형 △ 도정궁, 세종대왕 터, 관우 사당이 있는 동묘, 백석 시인과 한 기생의 사랑이 얽힌 길상사, 김수영이 살았던 도봉 본가, 굴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송파 삼전도비 등 역사유물 및 삶의 발자취 △ 배재학당, 경교장 등 개화 및 민족운동의 상징공간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스토리는 서울의 자연과 역사, 사람과 삶의 매력을 보여준 만화경"이라며"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서울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보기도 하고, 역사문화의 팔색조 얼굴을 보여준 서울이야기에 흠뻑 빠졌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경제신문이 발굴한 서울의 이야기는 마을과 지역, 서울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들 속으로 퍼져 나갈 것이며 서울의 역사, 서울의 삶, 서울의 이야기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어가는 날까지 서울시도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기획시리즈는 수많은 시민들을 통해 "건강한 삶과 정신이 유전되는 도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소통하는 도시"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개발논리에 말살된 역사 현장, 참혹하게 버려진 문화유산 등의 허상도 엿보여 안타깝게 했다.


[서울스토리]문화자원 발굴 바람 일으킨 1년半 대기획



한 예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가면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옛 도시의 오솔길이다. 이 오솔길의 별명은 '철학자의 길'이다. 이 길에서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와 독일 관념철학자 헤겔이 사색과 명상, 산책을 즐겼다. 지금도 매년 수백만명의 방문객이 괴테와 헤겔의 자취를 찾는다.


반면 우리 실정은 어떤가 ? 아시아경제신문이 첫번째로 만났던 김수영의 생가는 폭설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풀'의 시인 김수영. 그는 서울 토박이임에도 서울 안에서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흔적이라곤 도봉산 비탈의 비석 두개와 표지판 하나가 전부다. 종로구 관철동 탑골공원 건너편 시사영어사 앞에 '김수영 선생 집터'라고 소개한 비석과 도봉구 도봉동 도봉서원 앞에 놓인 시비(詩碑)다.


그 외에 '김수영 시인의 본가 자리였다'고 알려주는 30×40cm 크기의 작은 표지판이다. 이 표지판은 도봉산 끝자락,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식당 담장가에 세워져 있다. 그나마 최근 도봉구가 '김수영문학관'을 열고 각종 자료 등 보존에 들어간 것이 다행이랄까.


김수영 생가뿐만 아니다. 개발연대동안 박목월과 현진건의 생가는 소유자에 의해 철거됐다. 우리 지성을 살찌운 작가, 예술인들의 자취는 거의 흔적이 없으며 수많은 문화유산들도 개발의 참상에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철학자의 길'은 그저 위대한 사람들의 숨결 하나도 후대에게 큰 자산이자 문화자원으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적 도시 재생과 관련,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문화란 풍성한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가 융합하고 자연과 인간, 자본과 도시 내부의 삶으로 쇠퇴하고 해체되는 장소에 새로운 가치사슬을 엮어내는 과정"이라며 "컬처노믹스라는 새로운 도시경제는 도시 안팎의 가치자원을 발굴, 보존, 계승, 발전이라는 메카니즘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도시의 문화재생은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이음과 승계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스토리]문화자원 발굴 바람 일으킨 1년半 대기획



김수영 생가의 소멸이 우리의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면 남산 중앙정보부 건물 리모델링 및 철거 등은 정치에 의한 문화 말살로 해석된다. 더불어 문화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금 일깨운다.


1990년대 중반 서울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중앙정보부가 자리했던 남산의 각종 건물은 오늘날 서울 유스호스텔, 서울시남산별관, 서울종합방재센터, 문학의 집, 산림문학관, TBS 교통방송청사 등 서울시청 소속 건물로 바꿨다. 이마저도 일부만 남고 대부분 완전히 철거돼 흔적조차 사라진 상태다.


수많은 시민과 인권단체들이 '고문의 현장'을 보존, 시민 교육장으로 활용하자며 반발하기도 했으나 허사였다. 한 때 유스호스텔을 비롯, 남은 10여개동 건물 모두를 철거하는 내용의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인권단체, 학계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현재 '인권 평화의 숲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는 정치에 의한 문화 말살로 수치스런 과거를 세탁하고 인멸하려는 태도는 비단 남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북한산을 오르다 보면 수많은 묘지석, 빗돌 등이 버려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처럼 유물들이 사람의 발길에 채이고 밟히는 현장도 도심 곳곳에 널려 있다. 분별 없는 개발 논리, 부끄럽고 수치스런 역사의 증거 인멸, 정치의 의한 문화 말살 등 여러 이유로 문화자원이 지금도 사라져가고 있다.


[서울스토리]문화자원 발굴 바람 일으킨 1년半 대기획



채미옥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연구센터장은 "도시라는 공간 혹은 국토를 유무형의 역사문화유산, 지역 생활문화, 문화경관 및 자연자원 등 문화적 시각으로 재정비하고, 역사적 정체성을 높일 때 품격 있는 문화 역량을 구축할 수 있다"며 "역사문화역량은 과거와 현재의 문화자원을 미래 유산으로 진화시켜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설파한다.


작은 나무 한그루, 돌멩이 하나에도 수많은 숨결이 묻어 있다. 문화유산에는 더 많은 얼이 담겨 있다. 서울은 수천년 선조들이 살아온 역사 현장으로 북경이나 로마에 비견될 역사문화도시다. 오늘날 정부는 '문화융성'이라는 구호 속에 문화자원 및 문화콘텐츠 개발에 엄청난 힘을 쏟아 붇고 있다. 그러나 문화 융성은 우리가 늘상 지나쳤던 역사적 현장성, 문화적 공간성의 재발견에서 출발한다.


최고의 유적도시 '서울'의 고유문화콘텐츠를 살리고 시민이 행복한 문화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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