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소강상태를 보인 태국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22일 다시 불이 붙었다. 태국 정부 추산으로 약 11만명, 육군추산으로 17만명의 시위대가 이날 오후 잉락 친나왓 총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수도 방콕에 집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23일 조기 총선을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태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며 이같이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시위에는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태국 남부에서 동원된 지지자 외에도 방콕의 중산층도 다수 참가했다면서 육군 추산으로 시위대는 17만명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방콕 주요 번화가에서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이 때문에 시내 곳곳에선 교통체증이 벌어졌다.
시위대 중 여성을 중심으로 한 수천명은 총리의 공관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잉락 퇴진을 외쳤다.
지난 9일 잉락 총리가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총선을 제안해 수그러들었던 시위는 전날 제1야당인 민주당이 총선을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다시 번졌다.
야권은 잉락 총리가 총선을 강행할 경우 투표소 봉쇄, 투표 방해 등으로 무산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수텝 터억 수반 전 부총리는 이날 “조기총선은 결국 또 다른 탁신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조기총선 중단을 촉구하고 “국민은 선거보다 개혁을 먼저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은 시위대가 방콕 시내를 반나절 점령했지만, 내각이 사퇴하지 않는 한 이는 하루든 한 달이든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시위장기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어 “친나왓 가문의 타이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도록 정부를 새로이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북부 태국을 방문한 잉락 총리는 기자들에게 “민주주의 시스템(투표)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야권은 대체 어떤 정치 시스템을 받아들이겠다는 건가”라고 묻고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2011년 총선에서 승리해 제가 집권하도록 한 선거제도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잉락 총리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친동생으로 부정부패로 권좌에서 쫓겨나 국외도피 중인 탁신의 사면을 꾀하다 전 국민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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