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의 우울한 연말풍경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보통 이맘때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은 한 해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휴가를 떠나거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년 계획을 짠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 고액 연봉자인 애널리스트가 인력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휴가는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크게 줄어든 인력 탓에 늘어난 각종 업무부담으로 허덕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63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숫자는 1333명으로 연초(1453명)에 비해 120명(8.26%)이나 줄었다. 지난 4월1일 기준 1458명으로 연초 석 달 동안 5명이 늘었던 것을 감안하면 4월 이후 7개월여 만에 120명 이상의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가 직장을 떠난 셈이다.
증권사별로는 토러스투자증권이 연초 24명에서 8명으로 3분의 2가 빠져나갔다. 하반기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쳤던 SK증권과 KTB투자증권은 각각 13명, 11명 줄었다. 이는 연초 대비 각각 37.14%, 30.56% 감소한 수치다. 대형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증권은 연초 93명에서 78명으로 15명(16.13%)이 감소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통상 정식 애널리스트로 공식 집계되지 않는 리서치 어시스턴트(RA)의 인력감축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RA가 담당하던 기초 데이터를 만드는 일까지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하고 있다. 각종 보고서 작성과 기관 프레젠테이션에 몸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널리스트 구조조정이 없는 증권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HMC투자증권 등은 오히려 리서치를 강화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고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연초 대비 애널리스트 수를 늘렸다.
우영무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계속되는 업계 불황 속에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우리 리서치센터는 인력감축 없이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며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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