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금호4가동에 마스크 쓴 남자 1만원권 108장 건내도 사라져...동대문구와 중랑구 기초생활자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 도우라며 1년간 모은 저금통 기부...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찾아 선듯 1000만원 내놓은 익명의 90대 할머니 등 사연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추운 날씨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름 없는 기부 천사들 얘기가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적지 않은 성금을 전달한 사연, 기초수급자로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고 1년간 모은 저금통을 통째로 기부한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 등이 연말을 후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성동구 금호4가동 2층 민원실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한 남자가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 왔다. 남자는 말없이 상자를 직원에게 전달하고는 빠르게 민원실을 빠져 나갔다.
‘서울시 성동구 금호4가 동장님 (앞)’이라고 씌여진 상자 안에는 1만원짜리 지폐 108장과 편지 한 장이 가지런히 담겨져 있었다. 편지에는 ‘날씨가 매우 차갑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추운겨울날 까치가♡’라고 적혀 있었다.
금호4가동 주민센터에서는 이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해 지역내 독거노인을 위해 쓰여 지도록 할 계획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박모씨(64)는 그동안 모은 동전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박씨는 “선풍기와 이불, 명절 합동차례 등 그동안 받은 관심과 도움에 조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사회복지사에게 비닐봉지에 싸여진 묵직한 저금통 2개(13만1760원)를 건냈다.
그는 “올해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나도 이웃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며 “얼마 않되는 돈이지만 그동안 받은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지원금 45만원에서 월세 20만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한 달을 생활하는 박씨가 이날 전해준 돈은 모두 13만1760원이었다.
중랑구 상봉2동에 거주하는 70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예모씨도 일 년 동안 모은 12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상봉2동 주민센터에 맡겼다.
예씨의 성금은 지난해 27만5000원을 기부한데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오래전 남편과 사별 후 슬하에 자녀도 없이 2000만원 전세에 홀로 살고 있으며 고령과 질환으로 거동까지 불편해져 그 동안 해오던 폐지 수집도 할 수 없는 궁핍한 형편에서도 동 주민센터에서 나오는 생계비를 절약해 성금으로 기탁하는 ‘이웃 사랑 실천’의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예씨는 “비록 적은 돈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16일 오후 2시 익명을 요구한 90대 할머니가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을 찾아와 사랑의 성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할머니는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 틈새계층(차상위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기탁했다. 기부천사 할머니는 경로당에 다니면서 어렵게 생활하는 노인들을 보며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용돈을 모아 이날 성금을 전달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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