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말 신규 설정액 3조9818억원, 작년보다 27% 증가
이지스·하나다올운용 등 잘나가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국내 펀드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펀드는 활황이다. 지난달말 기준 신규 설정된 부동산펀드는 126건, 설정액 3조981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설정건수 31%, 설정액 27% 가량 증가했다.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부동산펀드가 대체 투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펀드 성장에는 펀드를 운용하는 부동산펀드 전문 자산용사들의 활약이 컸다. 이들은 기관이나 자산가 등 소수의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사모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 설정 규모를 토대로 한 자산운용사 순위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6개 펀드를 운용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지스운용은 런던 롭메이커빌딩과 광화문 트윈트리타워 등을 설정해 총 6146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어 하나다올자산운용이 이지스운용의 2배에 달하는 12개 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은 이지스운용보다 1000여억원 낮은 5189억원이다. 하나다올운용의 대표 부동산펀드는 워싱턴 하버빌딩과 논현동 두산건설사옥이다.
3위는 삼성생명이 지난해 12월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위해 설립한 전문 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다. 펀드 규모는 4개로 작지만 런던 30크라운플레이스, 잠실향군타워 B동 등을 포함해 설정액은 4842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1위를 차지한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진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있다. 전직 고위 관료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현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관료를 지낸 인물들이 많다. 이러한 인맥으로 국민연금과 공제회 등 국내 연기금 투자를 계속해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부동산펀드 전문 운용사가 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투자 수요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문 운용사들은 규모가 큰 종합 자산운용사에 비해 부동산 투자에 이해도가 높고 전문 인력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를 벗어나 해외까지 '투자할 물건'이 많아졌다. 정혜진 교보리얼코 선임연구원은 "최근 부동산펀드 트렌드는 해외투자와 초대형 신축 오피스 투자, 대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 자산"이라며 "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대기업들이 꼭 필요한 부동산이 아니면 매각해 매각 자금을 핵심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S건설과 두산건설 등은 본사 건물을 매각했으며 삼부토건은 알짜 자산인 강남 르네상스호텔을 팔았다. 대성산업가스는 지난 5월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부동산 펀드에 넘겼다. 홈플러스 등 유통 업체들도 잇달아 주요 매장 건물을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정 연구원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 부동산펀드에 관심이 많다"며 "국내 우량 부동산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향후 영국, 미국, 독일 등 선진국 주요 도심 내 오피스 빌딩 리테일 등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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