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24건·9112억 설정..저금리 사모펀드로 시중 자금 몰려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여름, 부동산펀드 시장에는 뭉칫돈이 몰리며 '핫(HOT)'한 시즌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8월 두 달 동안 부동산펀드는 총 24건, 9112억원이 설정됐다. 거래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주택시장과는 천지 차이다. 물론 부동산펀드에서도 투자대상이 되는 것은 사무용 건물, 호텔, 물류센터 등 다양한 상업용 시설이다. 아파트 등 주택은 주된 투자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동산펀드는 공모가 아닌 사모펀드가 주를 이뤘다. 연기금이나 보험사, 공제회 등 '큰 손' 기관투자자들이 대체투자 성격으로 참여한 것이다. 군인공제회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주가 변동폭이 큰 탓에 원금 손실이 크지만 부동산 등 실물펀드는 원금이 깎이지 않고 있어 선호한다"고 전했다.
특히 오피스 빌딩이나 숙박시설은 임대수익뿐만 아니라 시세차익도 꾸준히 올리는 등 투자성이 한층 좋아져 인기를 끌고 있다. 7월에는 숙박시설에 투자하는 펀드 6건이 신규 설정됐다. 하나다올자산운용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신축 중인 마포 신라호텔을 매입에 성공했다. 8월에는 업무시설에 투자한 부동산펀드가 눈에 띄었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향군타워 B동 매입을 위해 설정액 2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정했다.
정혜진 교보리얼코 연구원은 "싼 빌딩 매물이 많이 나온 것이 펀드 활성화의 이유 중 하나"라며 "저금리 탓에 연 5~7%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품이 흔치 않아 상업용 건물 매입이 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중대형 상업용 건물은 펀드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심권·여의도권의 경우 공급물량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기업이 내놓은 매물은 매각 후 일정 기간 임차를 조건으로 한 '세일 앤 리스 백(sales & lease back)' 방식이 많아 안정적인 임차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일부에선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수익률 하락을 우려해 해외 물건에 눈을 돌리고 있다. 7월엔 하나다올자산운용이 미국 워싱턴하버빌딩을 4000억원에 인수하는 부동산펀드를 설정했다. 국내 모집 자금은 총 2150억원으로 새마을금고가 950억원, 우정사업본부 900억원, 경찰공제회가 3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주 시드니 소재 호텔에 투자하는 펀드 2건을 설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엔 CBRE자산운용이 미국 시카고 소재 액센츄어 빌딩 인수에 필요한 자금 3675억원 중 1870억원 가량을 국내에서 모집했다.
미래에셋 해외 투자 담당자는 "국내 괜찮은 물건이 하나 나올 때마다 5~6곳 이상의 운용사들이 줄을 선다"면서 "당분간 해외 건물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간접펀드 등을 통해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거나 호주, 중국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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