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점 순이익의 23배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증권의 서울지점이 14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본점에 송금하기로 결정했다. 상반기 순이익의 23배가 넘는 돈이다. 지난 6월에도 600억원의 돈을 본사에 송금하기로 결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만 2000억원의 돈이 본점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UBS증권 서울지점은 지난 2일 누적 이익잉여금 중 1400억원을 본점에 송금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날 돈을 본점에 송금할 예정이다. 외국계 증권사 지점은 통상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점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환수한다. 마치 일반 법인이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과 같다.
UBS증권 관계자는 “적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사내유보금을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돈을 국내에 쌓아두는 것보다 본점에 보내 사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는 그만큼 국내에 매력적인 투자 재원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본점에 송금하는 돈의 규모가 최근 UBS증권 서울지점이 벌어들인 돈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UBS증권 서울지점은 올 상반기(4~9월) 영업이익 290억원, 순이익 59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본사 송금액 규모가 영업이익의 5배에 달하고 순이익에 비해서는 23배를 훌쩍 넘는다. 특히 올해는 전반적인 업황부진에 대규모 세금추징이 겹쳐 지난해 상반기(영업이익 392억원·순이익 301억원)에 비해 실적도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본점에 송금한다고 했지만 1400억원은 9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의 대부분이다. 9월 말 기준 UBS증권의 이익잉여금 1947억원 중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536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동안 벌어서 쌓아둔 돈이 많은 만큼 1400억원을 빼내도 자본금이 부족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 따라 UBS증권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10월31일 기준 1562%에서 약 920%로 낮아지게 되지만 감독당국의 자본규제비율 기준(200%)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에 앞서 UBS증권 서울지점은 지난 6월에도 600억원의 돈을 본사로 송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2012년 4월~2013년 3월) UBS증권 서울지점의 순이익 553억원보다 47억원 많다. 비슷한 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과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도 각각 800억원, 4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본점에 송금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었다. 이들의 본점 송금 규모 역시 모두 지난해 순이익보다 많았다.
정재우 기자 jj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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