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상속자들’이 뜨거운 인기를 뒤로 한 채 20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김탄과 최영도를 떠나보내야 하기에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탄식의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돋보였다.
이민호는 ‘상속자들’에서 제국그룹 후계자 김탄 역을 맡았다. 그는 내연녀의 아들이란 이유로 서자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남모를 상처를 안고 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당시 이민호는 전작인 ‘꽃보다 남자’의 재벌남 캐릭터와 겹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쌓인 연기 내공에 힘입어 깊어진 눈빛과 감정, 더욱 진해진 남성적 매력은 이러한 우려를 한 방에 불식시켰다. 애절하면서도 박력있는 이중적 매력이 여심을 사로잡았다는 평.
박신혜는 부유층 고교생들 사이에 섞여있지만 가난한 생활에 허덕이는 여주인공 차은상 역을 맡았다. 유학 간 언니가 돈을 날린 탓에 입주 가정부인 엄마 희남(김미경 분)을 따라 탄의 집에 들어가게 된 그.
고된 삶 속에서도 당찬 성격과 자존심을 잃지 않는 은상은 탄과 영도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상위 1%의 상속자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가난상속자인 그녀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내용은 자칫 진부하고 비현실적으로 그려지기 쉬웠다.
하지만 박신혜는 비현실적 상황 속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며 극에 힘을 싫었다. 외롭고 자존심이 상해 분통을 터뜨리고, 화가 나면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열등감도 있는 캐릭터로 전형적인 ‘캔디’를 거부했다. 그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연기로 여주인공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역부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박신혜의 안정적 연기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영도앓이’의 장본인 김우빈은 절제된 연기력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제작진들은 그를 ‘압도적인 파워를 지닌 배우’라며 칭찬했다. 김우빈은 호텔 상속자 최영도 역으로 등장, 이민호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극 초반에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등 사악한 모습으로 긴장감을 조성했지만 박신혜를 향한 짝사랑이 시작되면서, 악랄함과 애틋함이라는 양 극단의 감정을 소화해내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는 지난 12일 오전 소속사 싸이더스 HQ를 통해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고, 못된 영도를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너무나 감사드린다. 앞으로 점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상속자들’ 그리고 최영도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과 에프엑스 멤버 크리스탈, 씨엔블루 강민혁의 연기도 호평 받았다. 이들은 ‘아이돌’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중견배우들의 연기력도 ‘상속자들’ 인기에 큰 몫을 했다. 박신혜의 엄마로 등장한 김미경은 말을 하지 못하는 역할인 만큼 눈빛과 손짓, 표정만으로 능청스런 코믹 연기를 소화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제국그룹 수장 김남윤 회장으로 분한 정동환은 얼음장 같은 카리스마로 긴장감을 높였다. 최원영은 강민혁의 친구 같은 아버지로 다정함을 과시하는 반면, 제국그룹 내에서는 무표정한 눈빛으로 일관하는 비서실장으로 연기력을 뽐냈다. RS 인터내셔널 대표 이에스더 역을 맡은 윤손하와 ‘허당 사모님’ 한기애로 분한 김성령 역시 개성 넘치는 연기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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