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10월, 16일간의 미국 연방정부 일시폐쇄를 유발했던 예산안 협상이 미 의회에서 타결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예산특별위원회 공동 의장인 패티 머레이(민주·워싱턴) 상원 예산위원장과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하원 예산위원장이 예산안 타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0월 연방정부 일시폐쇄가 종료된 후 시퀘스터(연방정부 재정지출 자동삭감)를 종료시키기 위한 장기 예산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출범했다. 출범 당시 합의안 마련 시한을 오는 13일로 잡았다.
하지만 공화당 내 보수 세력인 티파티가 이 잠정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미 의회 통과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 위원장인 라이언과 머레이는 이르면 이날 2014회계연도(올해 10월1일∼내년 9월30일) 잠정 합의안을 만들어내 서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추진 중인 합의안은 시퀘스터를 한꺼번에 회피하는 방안이나 복지 및 세제 개편 방안 등을 전부 포괄하는 '그랜드바긴(대타협)'이라기보다는 '스몰딜(부분타협)'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4회계연도 예산 규모는 종전 논의되던 9670억달러에서 1조달러 안팎으로 상향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팀은 공화당이 요구하는 퇴역 군인 및 퇴직 공무원의 은퇴 수당 감축 규모 등을 놓고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합의안이 마련되면 이 법안을 우선 심사해야 할 바버라 미컬스키(민주·메릴랜드) 상원 세출위원장은 "신중하기는 하지만 합의 도출을 낙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협상팀이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연말 휴회에 들어가기 직전인 이달 13일 예산안을 처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은 이번 주 늦게 또는 내주 표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안 도출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 등 티파티 그룹은 합의안에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내년 중간선거에서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반발 조짐도 나타났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달 만료하는 장기 실업수당의 연장 등 복지 프로그램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산안이 연말까지 의회 양원을 통과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미국 정치권이 지난 몇 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예산 전쟁을 벌이던 구습을 탈피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2009년 이래 단 한 차례도 연말 이전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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