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중독자는 가정 불화가 원인…가정 문제를 왜 국가가 규제" 반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호흡기를 떼는 꼴입니다. 게임 중독법으로 PC방 업계가 고사위기에 내몰렸습니다."
24일 저녁 서울 금호역 인근 A PC방에서 만난 점주는 "셧다운제와 PC방 완전 금연 시행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중독법까지 (국회서) 논의되면서 PC방이 막장까지 왔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한창 손님들로 북적일 시간이지만 절반도 못 채운 자리를 둘러본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A PC방의 손님 중 70~80%는 청소년이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는 '불량학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게 이 점주의 항변이었다.
PC방이 인터넷서핑, 문서작성 등의 용도로 이용되긴 하지만 가장 큰 수요는 게임이다. 게임 중독법이 PC방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은 "집에 고사양 PC가 있지만 게임은 친구끼리 PC방에서 즐기는 것이 손님들의 한결같은 취향"이라며 "점심시간이 지나서부터는 손님 대부분이 중고생이며 절반 이상이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즐긴다"고 말했다.
한창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중고생에게 '게임 중독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똑 부러진 대답들이 돌아왔다. 중독법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한 김모(14)군은 "요즘은 예전처럼 부모님들이 일단 막고 보자는 식으로 배척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우리 부모님은 수행평가 결과에 따라 게임 이용시간이나 PC방 출입 횟수를 허용해준다"며 게임이 부모와 자녀 간 교육 문제의 도우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란히 앉아 게임을 즐기던 양모(14)군은 "게임에 미친 애들, 주말에 12시간씩 게임만 하는 애들은 부모가 포기한 애들이 대부분"이라고 일침을 놨다. 게임 중독이 가정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게임 중독에 대한 해법도 부모의 관심, 부모와의 대화 등 가정에서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근의 B PC방 점주도 "청소년 게임 중독의 주범이란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 탓에 속만 끓이고 있다"면서 "(PC방은) 친구끼리 놀 만한 유일한 공간인데 이를 긍정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야지 무조건 규제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 규제가 정작 중요한 청소년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는 혀를 찼다. 상황에 따라 폐업까지 고려하는 눈치였다.
게임 규제에 게임사들의 유료과금제, 시간당 요금제, 과열경쟁, 치솟는 전기요금 등으로 PC방 사업은 녹록지 않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에 따르면 등록된 PC방 업소는 2012년 1만8000개에서 2013년 초 1만2000개, 하반기 조사 결과 9000개로 줄었다. 최승제 조합장은 "무조건 규제로 몰아붙이지 말고 대표적 서민 업종인 PC방을 살리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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