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서 이물질 나왔다고 항의했더니 "당신도 블랙컨슈머지?"
-정당한 이의제기 고객, 악성소비자 취급 잦아
-블랙컨슈머에 화이트컨슈머들까지 피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임신 8개월 된 서주영(30)씨는 양ㆍ대창구이 전문점 오발탄 충무로점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격은 비싸도 값어치를 한다는 지인 말에 1인당 2만원씩 하는 곱창전골 4인분을 주문했지만 식사 도중 국물에서 벌레들이 나온 것. 식사를 마칠 때까지 총 3마리나 나왔다. 그러나 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은 점장 태도. 사과 대신 대뜸 "버섯에서 나오는 채소벌레인데 잘 안 씻어서 그런가보다"라면서 "그래서 뭐 어떻게 해주길 원하느냐?"고 태연하게 대꾸한 것.
서씨 일행은 순간 돈 내기 싫어 생트집 잡은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았다. "돈 때문에 콤플레인한 게 아니다, 진심으로 사과해야하는 게 먼저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점장은 '그럼 돈 내고 가시라'며 자리를 피했다. 서씨는 "가격은 엄청 비싸게 받으면서 버섯도 제대로 씻지 않고, 오히려 손님을 공짜 밥 먹으려 달려든 도둑놈 취급을 했다"며 "벌레 든 버섯을 생으로도 먹을 수 있다고 변명하더라, 오발탄에선 벌레 서너 마리 먹는 건 감수해야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식품ㆍ외식업계가 블랙컨슈머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정작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일반 고객들까지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블랙컨슈머란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일단 소비자 불만이 발생하면 각 점주들이 '선사과ㆍ후대응' 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일부 점포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을 무조건 블랙컨슈머로 보는 일부 점포 운영자들의 시각에서 비롯된다.
직장인 김찬영(41)씨는 샤브샤브전문점에서 칼국수를 먹다가 국수 반죽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점장에게 얘기하니 사과는커녕 "머리카락이 들어갈 리 없다"며 "일단 알겠으니 식사값은 안내고 그냥 가도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반죽 한 가운데에 머리카락이 박혀있었는데도 마치 일부러 머리카락을 넣고 돈 떼어먹으려한 사람처럼 몰았다"며 "너무 분해 제값을 다 치른 후, 사장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서비스 교육이 잘 되어있는 프랜차이즈들도 일부 가맹점주들 때문에 곤혹을 치른다. 한 커피전문점은 지난 여름, 한 점포에서 일어난 일로 본사 임직원들까지 나서서 고객에게 사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의 한 매장에서 팥빙수를 주문한 고객이 '빙수가 얼음덩어리가 되어 나왔다'며 항의하자 해당점포 매니저가 '내가 보기엔 빙수'라고 대꾸한 것. 뒤늦게서야 사과를 했지만 이 일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결국 본사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했다.
이곳 관계자는 "당시 그 분들은 점주의 불성실한 태도에 불쾌해하셨던 것"이라며 "즉각 공손히 사과하고 다시 만들어드리겠다고 했으면 됐을 일인데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 이런 일로 본사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이 서비스 마인드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외식업에 뛰어든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특히 가맹점주가 건물주와 동일인일 때, 고객 대응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남에게 고개를 숙여보지 않았던 사장님들이 건물 이미지를 위해 커피점이나 레스토랑을 창업한 경우, 고객 불만이 발생했을 때 좀체 사과할 줄을 모른다"며 "싫으면 다른 곳에서 먹으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점주들도 있어 골치"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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