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 배우 김수로가 녹슬지 않은 입담을 과시, 안방극장을 초토화시켰다. 그는 시청자들을 '힐링'시키는 것은 물론 거침없는 고백과 자기반성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김수로는 2일 밤 방송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 출연해 MC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를 제압하는 강력한 입담을 과시했다.
이날 김수로는 자신이 만학도인 사실을 밝히며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후 마흔 살에 동국대 09학번으로 입학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원더걸스 선예와 소녀시대 윤아 등이 동기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수로는 '투캅스'의 보초 역할로 출연했으며 '쉬리'를 통해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큰 인기를 모은 것은 '주유소 습격사건'의 철가방 역할이었다. 그는 당시 개성 있는 마스크와 완벽한 코믹 연기로 단숨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에 김제동은 김수로가 연극배우 출신인 사실을 언급하며 "연극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고독하고 우수에 찬 이미지"라며 "김수로씨와는 안 맞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러자 김수로는 "(연극배우 활동 당시) '밑바닥에서'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작품에서 연기했다. 비극 전문 배우였다"고 밝히면서 "로미오 역은 세상이 원하지 않아서 하지 못했다. 세상엔 자기 욕심대로 사는 사람이 많다. 난 그렇지 않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수로의 또 다른 고백도 이어졌다. 사실 그는 술을 잘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열혈 애주가였다고. 과거에는 소주 5병을 마시고 훈련소에 들어갈 만큼 주당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선 술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술 먹은 다음 날 혼자 남겨졌다는 배신의 상처, 내 할 일을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느꼈다"며 "스스로 '너 이대로 살거니'라고 물었고, 금주를 결심했다. 그때가 19, 20살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이날 김수로는 타고난 순발력과 어휘력으로 '힐링캠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했다.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셀프디스'를 하며 "막 사는 이미지, 상스럽고 천박해 보이는 분위기"라며 "일부러 꾸미고 거꾸로 된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드라마적으로 끼워맞추기를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전히 생긴 것에 대한 불만은 있다면서 치아교정과 피부관리를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말했다. 김수로는 "시골엔 그게 없다. 서울 오고 나서 교정하는 데를 알았다"고 밝혔다. 그의 입담에 현장은 초토화됐고, 김수로 역시 자신이 말하다 웃겨서 침을 흘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입담은 쉬지 않았다. 김수로는 "로열젤리가 나왔다"며 "그래도 아랫입술에 힘이 있으니까 잡은 거"라고 말해 웃음 폭탄을 날렸다.
이후 이경규는 김수로가 '패밀리가 떴다' '공부의 신' '신사의 품격' 등을 통해 공중파에서는 수상을 했지만, 영화 쪽에서는 수상을 하지 못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자 김수로는 "선배님과 비슷하다. 다 잘되는데 영화만 잘 안 된다"고 말해 이경규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는 '힐링캠프' 출연을 미룬 이유에 대해 "300만을 넘고 나와서 울고 싶었다"며 "500만을 꿈꾸는 것은 주제 넘을 것 같고 300만 관객만 넘었으면 좋겠다"면서 겸손함을 표하기도 했다.
사실 김수로는 조연일 땐 흥행배우였다. '달마야 놀자' '쉬리' '화산고' 등이 흥행에 성공했고, 그는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많은 부분 실패했는데도 아직 대본이 와주는 것에 감사하다"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이날 김수로는 '힐링캠프'를 통해 겸손의 미덕과 실패에도 웃을 줄 아는 긍정의 힘, 그리고 단단한 내면을 과시해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줬다. 그는 "배우로 성공하는 길은 하나다. 품성이 좋아야 한다"며 "안 좋으면 철저히 위장하라. 부모님은 알아도 세상은 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 품성이 나빴다고 고백한 김수로는 착해져야 세상과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화려한 입담과 가식 없이 솔직한 성격, 시원한 웃음과 낙천적인 사고방식은 '힐링 전도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수로가 영화에서도 300만 관객을 돌파해 기쁨의 눈물을 흘릴 날을 기대해본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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