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 장영준 기자]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가 첫 회부터 월화극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방송 전부터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은 벌써 잊혀진 분위기다. 전작인 ‘불의 여신 정이’의 부진으로 ‘기황후’ 역시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현재 ‘기황후’는 월화극 독주체제를 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하지원 주진모 지창욱, 완벽 삼각 구도 ‘사극퀸’ 하지원의 출연은 이미 ‘기황후’의 성공을 담보하고 있었다. 하지원은 지금까지 MBC ‘다모’ ‘황진이’ 등 출연하는 사극마다 성공을 거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쌓아온 다양한 필모그래피로 하지원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출 수 있었고,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공녀로 끌려가다 어머니를 잃고 살기 위해 남자로 살아온 기승냥으로 분한 하지원은 액션에 멜로까지 “안 되는 연기가 없다”는 극찬을 이끌어내며 ‘기황후’의 시청률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 ‘쌍화점’에서 이미 카리스마 넘치는 고려 왕 역을 맡았던 주진모는 ‘기황후’에서도 왕권 강화와 국력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려 왕 왕유 역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카리스마는 물론, 극중 승냥(하지원 분)을 보며 가슴 떨림을 느끼는, 왕이 아닌 한 남자의 마음까지 절절하게 그려내 보는 이들의 설렘을 자아냈다. 주진모 역시 호쾌한 액션신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며 ‘기황후’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겁 많고 유약한 원나라 황태제 타환 역의 지창욱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에 꽃을 피웠다는 평을 듣고 있다. 주진모와는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로, 자신밖에 모르고 귀하게 자란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지창욱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독특한 매력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승냥과 함께 도망을 치다 그에게 왠지 모를 가슴 설렘을 느낀 타환은 왕유와 함께 본격적인 삼각 로맨스를 펼칠 것으로 예고돼 드라마의 인기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릴 빼면 섭하지…연기력 甲 조연들
아무리 인기 있는 주연들이 포진돼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없다면 극의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름만으로도 믿음을 주는 연기파 조연 배우들이 그들이다. 이재용 이문식 권오중 윤용현 정웅인 김영호 진이한 김정현 등은 명불허전 연기력을 앞세워 ‘기황후’의 시청률 상승을 돕고 있다.
왕유(주진모 분)와 권력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중인 왕고(이재용 분)는 잔인하고 간계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캐릭터. 왕고 역의 이재용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역시 악역 전문 배우”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왕유의 곁을 지키는 이문식(방신우 역), 권오중(최무송 역), 윤용현(점박이 역)은 코믹과 진지를 오가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배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정웅인(염병수 역) 역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원나라 장군 백안 역의 김영오와 그의 책사이자 조카 탈탈 역의 진이한은 진지하면서도 무게 있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게 한다. 여기에 승냥의 어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원나라 장군 당기세 역의 김정현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하며 극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역사 논란을 불식시킨 대본의 힘
무엇보다 ‘기황후’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바로 대본이다. 배우들의 호연도 큰 몫을 차지 하지만, 결국 대본의 힘이 없다면 무용지물. 당연히 이 대본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드라마의 성공을 좌지우지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기황후’는 일찌감치 그 능력을 인정받은 장영철 정경순 작가가 협업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방송 전 불거진 역사 논란을 불식시킨 것도 바로 이 대본의 힘이었다.
장영철 정경순 작가는 극 초반부터 빠르게 시청자들을 흡수했다. 속전속결 전개는 ‘기황후’의 주요 관전포인트로 자리잡았다. 당초 사료가 부족해 대부분을 가상의 인물로 꾸민 ‘기황후’는 작가의 힘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대거 탄생시켰다. 승냥이가 온갖 역경을 딛고 당대 최고의 권력을 지닌 기황후로 재탄생되는 과정, 또 왕유와의 이루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 등 앞으로 풀어낼 이야기가 더 많은 ‘기황후’가 또 어떤 흥행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영준 기자 st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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