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건축 공간에 건축적 언어를 부여해 사람과 삶, 도시가 소통하는 곳으로 꾸미기 위한 작업들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로 젊은 건축가들이 이를 선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은 기존 도시의 잉여, 즉 버려진 곳에서 공공성과의 접점을 이뤄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도시 안, 아파트로 옮겨갈 때까지 잠깐동안 머무는 임시거처인 옥탑방, 도심내 흉물처럼 놓여 있는 자율 방범대의 콘테이너 박스, 주거지에서 강변으로 연결되는 '토끼굴', 버려진 학교, 폐허같은 도심내 수도 가압장, 낡고 허름한 지역 아동센터 등 버려진 공간이 그 대상이다.
대체로 건축가들은 홀로 서기까지 오랜 수련기간을 거친다. 홀로 선 즉시 건축세계에도 어김없이 자본의 힘이 작용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적 욕구와 현실적 문제가 충돌하면서 혹독한 길을 걸어야 하는 건축가적 삶에 있어 제도, 권위, 불합리한 현실, 자본과의 불화는 전형적인 서사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은 우리가 사는 공간, 도시에 문화적 감각 혹은 예술성을 적용하는 작업에 눈길을 잃지 않음으로써 도시를 좀 더 풍요로운 공간으로 바꿔간다. 즉 이들에게 커튼월과 콘크리트 일색의 창연한 도심에서 '공공성'이라는 이념은 자본과의 대결 혹은 항거로 비춰진다.
70년생인 신혜원 로컬디자인 소장의 '한강나들목' 토끼굴 개선사업은 주거지에서 강변 고수부지로 이어지는 침침한 이동로에 밝고 화사한 표정을 부여한다. 기존 나들목은 방공호처럼 터널 양쪽 콘크리트 날개벽이 그대로 노출돼 투박하고, 거칠며 음습하기조차 하다. 이곳에 부드러운 조명을 설치하고, 벽면에 나무를 입혀 삭막한 느낌을 없앴다.
더불어 조형적인 캐노피(닫집), 터널 내 벤치, 곡선형 옹벽, 황토벽돌로 새롭게 디자인한 출입구 등으로 시민들에게 이동로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려 준다. 신 소장은 공공성과 관련, "좋은 변화는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며 "제한적인 상황안에서도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고 설명한다.
김주경(1972년생), 최교식(1975년생) 등 오우재 건축의 두 젊은 건축가가 내놓은 '청산도 느림보 여행학교'는 지역의 흔적, 지형의 흔적에 애정어린 시선을 던진다. 여행학교는 전남 강진 청산도의 폐교된 청산중학교 동분교를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1층은 슬로푸드체험관, 2층은 숙박시설로 바꿔 주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의 공동경영체로 제공하고 있다. 청산도 특유의 돌담을 연상케 하는 외장 마감과 2층 슬라브에 경량목구조로 세운 5개의 숙박동은 건물이 과거에 폐교였음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한다. 또한 운동장 일부에 캠핑장을 설치, 여행학교 전체가 휴양공간이 된다. 최교식 소장은 "건축 의도가 자본의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건축가에게 건축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해와 설득, 타협 등 일련의 과정에서 해답을 찾는 작업이 건축인 셈이다"라고 말한다.
조장희(1980년생), 원유민(1980년생), 안현희(1981년생) 등 제이와이아키텍츠의 건축가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자본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이의를 제기한다. 전남 강진 '산내들 아동센터'는 30평 면적을 4000여만원의 비용으로 건축하는 초유의 제약속에서 이뤄낸 작품이다.
이런 금액은 사실상 경비도 조달하기 어려운 액수다. 특히 아동센터라는 특수성으로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난방 및 안전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에 원유민 소장은 "소외계층을 위한 시설을 계획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심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토로한다. 아동센터는 바닷가 풍경과 햇빛이 실내에 가득 담기며, 1층 공간은 데크를 통해 외부 마당으로 확장되도록 설계돼 있다. 2층 지붕 일부에는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미끄럼틀을 설치한 것이 이색적이다. 또한 각 공간을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설계함으로써 건축가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이들은 '2013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건축가들로 공공성이라는 건축적 테마를 실현하고 있다. 작품은 오는 12월3일까지 서울 인사동 KCDF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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