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부부장
올들어 해외주식형 펀드의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높은 경제 성장성을 바탕으로 중국, 아세안,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이머징시장이 해외펀드 시장을 주도했다면, 올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일본주식 유형이 39.20%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북미주식 및 유럽주식이 각각 27.65%, 17.63% 상승했다. 반면 이머징 주식시장 펀드 중 중국주식은 5.28% 상승에 머물렀으며, 동유럽주식도 4.30% 오르는 데 그쳤다. 인도 및 브라질 주식 펀드는 오히려 -9.78%, -12.10% 하락하면서 선진국 시장 성과와는 판이한 성과를 나타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는데, 그 상승의 배경에는 각각 다른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11월에 시작돼 현재 매월 85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 및 국채를 매입하는 3차 정책까지 진행 중인 양적완화 정책이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셰일가스혁명에 따른 에너지가격의 하락과 오바마 행정부의 제조업 재유치 전략이 효과를 더하면서 시장은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는 등 오름세다.
유럽은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은 바가 크다.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 중의 하나인 스페인이 지난 3분기에 9분기 연속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0.1% 증가하는 등 유로존의 총생산(GDP)이 6분기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경제지표 개선세가 뚜렷하다. 미국시장의 상승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유럽시장을 주목하는 것도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의 주식시장은 지난해 12월에 아베총리가 취임하면서 '2~3%의 인플레이션 목표, 무제한의 금융완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장기침체에서 탈피시키겠다는 경제 정책, 즉 '아베노믹스'의 영향이 크다. 올해 선진국 주식시장이 양호한 성과를 달성하면서 선진국 펀드로도 자금유입도 순조롭다. 국내 주식 및 이머징 시장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자금 흐름을 보인 것에 비해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 폐쇄(셧다운) 여파와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버블 논란도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등 부정적 요인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고용시장 회복에 따른 소비를 중심으로 한 점진적인 미국경제의 회복, 최근 2년간의 부진을 딛고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선진국 시장의 상승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시장의 경우 엔화약세에 따른 기업실적개선추세가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와, 내년 4월 도입예정인 소비세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느냐가 시장 상승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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