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배당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아무래도 배당주는 상승 탄력이 떨어지고 무거우며 꿈이 없는 주식이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장기 투자 이론의 선구적 연구자인 제러미 시겔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저서 '장기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에서 배당 수익률과 주식 수익률간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1957년 이후 매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미국 S&P500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을 배당 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부터 가장 낮은 기업까지 5개 그룹으로 분류한 뒤 수익률을 계산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배당 수익률이 높은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 주식 수익률도 높았던 것이다.
배당주 투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장기 수익률 외에 안정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배당금을 잘 주는 회사들은 대부분 꾸준하게 지급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배당금이 꾸준하다면 투자자의 전체 수익률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시장 하락기에도 다른 주식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배당금을 잘 주는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재무적으로 탄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기 위해서는 항상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돈이 없는데 배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배당주들의 이러한 특징, 즉 장기적으로 양호한 수익률과 더불어 안정적인 변동성을 보여준다는 점은 최근의 투자환경을 고려해볼 때 상당히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의 2저(低) 1고(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저성장은 지나친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것이고, 저금리는 투자자들이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얻기 힘들게 할 것이며, 고령화는 투자자들이 자본차익보다 현금흐름을 중요시하게 만들 것이다. 배당주 투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예금 이상의 장기 수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꾸준한 현금흐름을 제공한다. 시대가 원하는 투자 상품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좋은 배당주를 고르는 것은 직접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당주 투자라고 해도 한두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리스크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좋은 배당주 펀드를 골라 간접 투자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배당주 펀드는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일종의 스타일 펀드다. 한때 높은 인기를 구가한 적도 있지만 주가 상승기에 수익률 저조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낮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예전과 같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는 괜찮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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