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다우지수)가 21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1만6000 시대'를 열었다.
이날 다우지수는 하루 전보다 109.17포인트(0.69%)나 오르면서 1만6009.99에 마감했다. 지난 18일 장중 한때 1만6000선을 넘긴 했어도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미국 언론도 대부분 “뉴욕증시에 새로운 기념비가 세워졌다”며 주요 기사로 다뤘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 황소처럼 내달려왔다. 올해 초와 비교할 때 상승률은 22%다. 경제위기로 증시가 곤두박질쳤던 2009년의 바닥권에 비하면 145% 이상 올랐다. 지수 1만5000을 넘어 추가로 1000포인트가 오르는 데는 불과 139거래일만이 필요했다. 역대 여섯 번째로 빠른 추세다. 시장 참가자들이 환호를 올릴 만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증시 마감 이후 현재 다우지수를 떠받칠 수 있는 재료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확장세와 기업 이익의 회복세 등이 우선 손꼽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초저금리 정책은 기업들이 수월하게 이익을 내는 기반이 된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늘려 주가 상승을 부추긴다.
주식 이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 특히 FRB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가 점차 오를 전망이어서 채권시장을 빠져나온 자금이 증시에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3차 양적완화 논의가 수면 위에 떠올랐는데도 이날 주식 투자심리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양호한 고용지표와 기업 실적 등에 힘입어 주요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1만6000의 저주'를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전문 매체 마켓워치의 데이비드 웨이드너 칼럼니스트는 “오늘 기록은 분명 톱뉴스를 장식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무서운 상승세 뒤에 감춰진 부작용과 역사적 교훈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경고는 그동안 증시의 상승세가 너무 가팔랐던 데다 머지않아 FRB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나오면 고통스러운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날 오전에 발표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2014년 전망 보고서 내용도 신중한 기조 위에 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내년 말 전망치를 1900으로 제시했다. 현 수준보다는 6%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올해(26%)나 지난해(13%) 상승률에는 한참 못 미친다.
더구나 골드만삭스는 S&P500지수가 앞으로 3개월 내 6% 정도 떨어져 1700선으로 밀릴 수 있으며 12개월 내에는 11%까지 하락, 1600선에 머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2014년 특정 시점에 10%까지 지수가 떨어질 확률이 67%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내년 3월 이전에는 FRB의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질 것이고 이 경우 과열됐던 시장은 기업 실적과 같은 근본적인 요소에 눈을 돌릴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다우 1만6000'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처럼 복잡 미묘하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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