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에선 18일(현지시간) 오전 '샴페인'이 터졌다.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상승,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사상 최초로 1만6000선을 뛰어넘어 1만6030.28까지 치고 올라갔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처음으로 1800선을 돌파, 1802.37까지 다다랐다.
지난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차기 의장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 이후 랠리를 펼치던 증시가 월요일 첫 거래부터 역사적 기록을 쏟아낸 셈이다.
미국의 언론 매체들은 모두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고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여기까지였다. 증시가 연일 가파른 상승세로 사상 최고치에 다다른 순간 시장과 투자자들은 위험한 하산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날 오후에 나온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컨의 발언은 짧지만 분명한 경고를 담고 있었다. 그는 한 투자자 회의에 참석, "앞으로 증시에 큰 폭의 하락(big drop)이 닥쳐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 발표는 강한 경영(성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대출 금리 덕이라고 지적했다. FRB의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 덕에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증시는 앞으로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아이컨이 아니어도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현 상황이 지난 2007년처럼 증시에 거품이 과도하게 낀 상태는 아닐지라도 당분간 완만한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의 지나친 낙관론에 따른 묻지마식 투자, 여전히 높은 실업률, 과도한 기업공개(IPO) 열풍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증시엔 거품이 있으며 일정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CNBC도 "기념비적인 증시 상승이 오히려 거품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도 주춤했다. 오후 들면서 매수세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이날 오후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나란히 1만6000과 1800 고지를 다시 반납했다. 다우지수만 소폭 상승(0.09%) 상승했을 뿐 다른 지수들은 오히려 하락했다.
한편 한동안 승승장구해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클라우드 산업 관련주에는 이미 거품이 상당히 끼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주말 경제전문 주간지 바론즈는 이들 관련주들의 주가 거품이 심각한 상태여서 언제든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분석을 소개했다. 2000년과 2007년 증시 상황과 유사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운더리치 증권도 트위터 주가와 실적의 간극이 매우 크다며 목표 주가를 34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보다 낮은 사실상 매도 의견이다. 블랙 하퍼 애널리스트는 "트위터가 향후 수년에 걸쳐 인상적인 매출 성장을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은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2015년까지 적자를 예상했다.
이 여파로 트위터 주가는 이날 6.46%나 떨어지며 41.14달러를 기록했다. 업종 대표 종목인 페이스북 역시 6.49% 하락한 45.85달러에 마감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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