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대기업의 해외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향후 공정거래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해외 소재 법인에 대한 현실적인 조사 가능성 및 국익측면 등을 고려하면 일감몰아주기 법 적용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노 위원장은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서 감경 사유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담합한 업체가 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노 위원장은 "담합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 리니언시 제도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5년 내 법을 반복으로 위반한 사업자, 2개 기업 담합의 경우 2순위자 제외 등 보완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향후 "아직 남아 있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개편,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등에 대한 입법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신규순환출자 금지 법안에 대해 "지난 6월 국회에서 4차례나 이미 논의됐다"면서 "여야 간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돼 있으므로 국회가 정상화되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도급법상 3배소 대상행위 심사 지침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3배소 제도'는 하도급법이 개정되면서 부당단가인하, 부당발주취소, 부당반품 등에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바 있다. 노 위원장은 "피해사업자들이 법위반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부당단가인하, 부당발주취소, 부당반품, 기술유용 관련 4개 심사지침의 제·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 위원장은 "경제활성화가 시급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민주화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강력한 입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노 위원장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재계의 오해를 푸는 데 공을 들였다.
부당 일감몰아주기 관련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과 관련해서는 "일정 지분율 이상의 계열사만 부당내부거래 감시를 받도록 대상을 정한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는 막을 이유가 없다"며 "법 개정 전에 종료된 거래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장기거래의 경우 1년간의 유예를 인정해 기업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다"고 설명했다.
최근 입법예고를 마친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령과 관련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경제개혁연대, 중소기업중앙회 등 4개 단체의 제출 의견을 검토 중이며 앞으로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2월14일 전까지 개정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노 위원장은 "최근 중국 경쟁당국이 반독점법을 자국산업 보호와 외국기업 길들이기에 악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경쟁법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 위원장은 "UCC시장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 등 신시장 분야는 경제의 승패가 단기간에 결정되고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어 초기부터 공정경쟁을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창조경제 분야 공정경쟁 기반 구축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로 취임 3개월째를 맞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공정위의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에 대해 "소통과 논의를 통해 현명한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정부는 자유경쟁과 공정질서 확립을 위해 애를 써왔고, 기업 역시 자율적으로 공정거래를 실천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대한상의가 정부와 기업 사이의 통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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