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공제 축소로 기업들 현금 기부 갈수록 감소...지자체·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난처'...기부금 늘리기 위해 안간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지난 17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 스포츠 용품 업체 주최 달리기 행사에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일요일인 데다 민간기업이 주최하는 행사이지만 박 시장이 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만여명의 서울시민들이 참가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참가자들이 달린 거리 100m 당 100원을 모아 서울시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자녀 지원 프로그램 '꿈나래 통장' 사업에 총 3억원을 기부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어려운 때문인지 기업들의 현금 기부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 들었다"며 "박 시장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뛰는 것은 그나마 어려운 형편에서도 기부해주는 기업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부문화 확산으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는 현금ㆍ현물 등에 대한 기부는 늘어나고 있지만, 경기 침체 가속화에 직면한 기업들의 현금 기부가 줄어들어 지자체ㆍ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정부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한 여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0일 서울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기부금을 포함한 특별 공제 종합 한도를 2500만원으로 제한한 후 대기업, 금융기관, 공기업, 고액기부자 등의 현금 기부가 크게 감소했다. 실제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올해 기부금 모금액 현황을 보면, 1~10월까지 개인 기부는 전년보다 197% 증가했지만 기업 후원금은 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본부 역시 같은 기간 개인 신규 후원자 수가 지난해 대비 200% 늘어난 반면 후원 기업 수는 15% 증가에 그쳤다.
기업ㆍ개인으로부터 물품ㆍ현금을 기증받아 복지 소외계층 지원에 쓰고 있는 서울시 역시 기업들의 현금 후원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는 지난해 시금고 출연금 등 총 208억원을 모아 근로 중인 기초생활수급자 및 청소년들에게 희망+ㆍ꿈나래 통장 등에 지원했지만, 올해는 96억원에 그쳤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기 위한 긴급지원사업도 '현금'이 들어가는 곳이라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는 부족한 금액을 메우기 위해 공무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월급에서 1만~5만원씩 공제해 연 7억원을 모금하는 한편 기업들의 현금 후원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1인당 최저생계비 150%를 초과해 벌거나 부양 가족 등이 있다는 이유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형편이 어려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기 위해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ㆍ재능'과 기업들의 현물 기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방만들기 사업'의 경우 연 2만 가구를 상대로 보일러ㆍ장판 교체와 도배 등을 해주고 있는데, 비용 12억원 중 대부분을 보일러 제작 회사 및 1500여개의 사회봉사ㆍ기술자 단체, 도배 학원 등으로부터 기부받아 진행 중이다. 또 서울 시내에 설치된 푸드뱅크 26개ㆍ푸드마켓 25개ㆍ푸드나눔카페 등을 통해선 식품ㆍ유통회사들로부터 쌀ㆍ채소ㆍ간장ㆍ된장ㆍ고추장 등 식재료들을 기부받아 저소득층에게 나눠주고 있다.
최근 들어 쑥쑥 늘어나고 있는 연예인 팬 카페의 쌀(드리미) 기증도 푸드마켓 등을 통해 연 100t 가량이 저소득층에게 공급되는 등 긴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치구와 함께 295억원의 모금을 목표로 '희망온돌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시 관계자는 "기업 등 기부자들에게 사업의 취지를 알리면서 더 많은 기부금을 내도록 호소하고 있다"며 "매년 고정적으로 필요한 현금이 있어서 지속적인 모금이 필요한 데 잘 걷히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기부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세액공제율 15%)로 전환해 더욱 축소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부문화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는 지적과 기부 보다는 세금을 더 내는 게 복지 강화에 더 바람직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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