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가 'SK 횡령 사건' 배후인물로 지목돼온 김원홍씨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18일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SK 횡령 사건 피고인들이 줄줄이 김원홍씨 재판에 증인으로 오게 되면서 지난 항소심 재판과정에 이어 또 한 차례 이들의 진실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10월께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두고 당사자들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 재판 막바지에 김씨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김원홍 책임론'을 펼쳤다. 드디어 직접 입을 열게 된 김씨는 김준홍 전 대표의 단독범행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회장님들 지키기'에 나서왔으나 항소심 재판에선 "앞서 최 회장 측 변호인단 전략에 따라 거짓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원홍씨가 애초에 등장하지 않았던 검찰 공소장 내용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김원홍의 권유에 따라 최재원이 투자금을 조달하려 하는 과정에서 김준홍에게 방법을 찾도록 했으며, 최태원이 SK 계열사에 펀드 출자 선지급 지시를 했다'로 변경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원홍씨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관련된 핵심인물들이 증인으로 나선 만큼 사건의 진실이 명쾌하게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이들이 각자 자기 방어에 힘을 쏟으면서 사건의 진상은 더욱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한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씨가 체포된 이후 검찰이 조사를 위해 10여 차례 소환 통보를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최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틀간으로 잡힌 가운데 그가 법정에 나와 어떤 진술을 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검찰조사와 1심, 항소심 재판을 거쳐 대법원 선고를 앞둔 지금까지 2년2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SK 횡령 사건. 복잡하게 얽힌 이 사건의 '진실'까지 가는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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