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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은 총재의 어정쩡한 경기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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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경기에 대한 낙관론부터 펼쳤다. 전월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7~9월 마이너스에서 탈피해 10월에는 큰 폭의 플러스로 반전했으리라는 추정을 강조했다. 주택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잠재 국내총생산(GDP)과 실제 GDP의 격차인 GDP 갭은 축소되어 가다가 내년 하반기에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한 달 전 수정 발표한 올해 2.8%, 내년 3.8%라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손대지 않고 2.5%에 그냥 놔두기로 만장일치 결정을 내린 데는 김 총재의 낙관론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낙관론에는 여러 조건과 단서가 붙어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플러스로 반전했다고 해서 추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경제성장과 관련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건변화 가능성 등 대외변수가 하방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신중한 건 좋은데 애매모호하여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전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과 대비하면 더욱 그렇다. 현 부총리는 "경제가 정상 성장궤도로 턴어라운드하느냐, 반짝 회복 후 다시 저성장 늪에 빠지느냐 하는 중대한 분수령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설비투자 불안정과 경기선행지수 하락 반전 등을 이유로 4분기 경제성장이 3분기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최근 밝혔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정권의 정치적 의도까지 담기는 경제관료의 발언과 같을 수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애매모호하면 시장과 경제주체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혼란을 겪게 된다. 게다가 김 총재의 낙관론은 근거가 단기적이고 불충분하다. 이도저도 아닌 추세추종에 그쳐 정책의지의 향방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 경기흐름에 대한 판단은 어정쩡하고, 전망의 가시거리는 너무 짧다. 임기 끄트머리여서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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