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민주당이 14일 정기국회 일정에 참여하면서 여야가 내년 정부 예산안 심사에 시동을 걸었지만 출발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이날 오전 결산소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집행예산에 대한 결산심사를 재개했다. 민주당이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국회 일정을 거부해 결산안을 1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결산안 처리 뒤 진행될 내년 정부 예산안 심사 역시 순연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을 대폭 수정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357조7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공약ㆍ민생ㆍ미래를 포기한 '3포 예산'으로 규정,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 특히 새마을운동 확산사업 등 박 대통령 관련 예산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국정원ㆍ검찰청ㆍ경찰청ㆍ국세청 등 권력기관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관련 예산의 경우 안전행정부가 추진하는 개발도상국 새마을운동 확산 사업(올해 111억원 → 내년 227억원)이 대표적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대통령 관심사업이란 이유 하나로 국민세금이 타당성 조사도 없이,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없이 무조건 투입돼 왔다"며 "박근혜정부 내년도 예산 역시 녹색 대신 창조사업이 자리잡고, 새마을사업 예산이 두 배나 증가하는 등 대통령 관심 예산이 과도하게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DMZ 평화공원 조성사업(신규 402억원)과 청년창업엔젤펀드(1000억원),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700억원), 제약육성펀드(200억원) 예산 등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관련 사업도 삭감 대상에 올렸다.
교육 관련 예산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교육(보훈처 37억원), 사회통일교육 내실화(통일부 38억원), 각종 대국민교육(안행부)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가 정권 연장을 위해 편향된 대국민교육을 하려는 의도로 보고 전액 삭감하겠다는 생각이다. 최 의원은 "교육사업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권력기관 예산에 대해 기본경비는 물론 특수활동비까지 대폭 삭감을 예고했고, 3426억원이 책정된 불량식품 근절ㆍ위해요소 예방투자 예산도 삭감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88올림픽고속도로(대구 2000억원),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부산 2092억원), 포항영덕고속도로(경북 98억원) 등을 '특정지역 편중예산'으로 분류하고 삭감 대상에 넣었다. 대신 0~5세 보육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20%포인트 인상, 무상급식예산 50% 국고 지원 등 복지ㆍ보육 관련 예산 인상에 주력하기로 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야당을 설득해야 할 새누리당은 일단 말을 아꼈다. 예산안 심사 전부터 논쟁을 벌일 경우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민주당 전략에 지금 당장) 대응할 수는 없다"며 "다만 예산안 심사 방향은 박근혜정부가 짜놓은 첫번째 예산이 편성 취지를 잘 살려 반영 됐는 지와 민생, 농업, 지방예산 지원에 신경을 많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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