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행동주자들의 경영개입 건수 크게 증가..공격 분야도 다양화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며 자기 권리를 찾는 '주주 행동주의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몇년간 행동주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모든 기업들의 주요 과제가 됐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1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행동주의자들이 경영에 개입한 건수는 415건으로 지난 2010년 172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심화됐고 이에 불만을 품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금융사에 집중됐던 행동주의자들의 개입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0년 까지만 해도 금융사에 대한 행동주의자들의 경영권 개입은 전체의 36%로 가장 많았다. 정보기술(IT) 회사들에 대한 개입은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 IT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자들의 공격은 22%로 증가했고 금융사들에 대한 개입은 15%로 축소됐다.
늘고 있는 것은 행동주의자들의 경영 개입 건수 뿐 아니다. 이들의 투자 실적도 고공행진을 기록중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올린 수익률은 53%로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상승률 24%를 크게 웃돈다.
이들의 행동은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반대투표를 하는 것에서부터 총회에 의제를 제안하는 주주제안권 행사, 기업 지배 구조가 부실한 회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벌이는 사회적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행동주의 공격의 대표적 예는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사주 매입 규모를 1500달러로 늘리라고 요구한 것을 들 수 있다. 아이칸은 지난 8월 이후 애플의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애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은 올해 초 애플을 상대로 '쌓아둔 현금을 주주들에게 더 배당해 달라'며 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해지펀드계의 신동으로 불리는 다니엘 롭은 지난 5월 일본 전자기업 소니를 대상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롭은 세계 최대 경매업체 소더비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예술계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여전히 행동주의자들의 경영권 개입은 미국 기업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 기업들에 대한 이들의 공격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영국 로펌 링클레이터스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자들의 개입은 지난 2010년 이래 62%나 증가했다.
영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TCI를 운영하는 크리스 혼이 유럽 방산업체 EADS에 항공 지분을 팔 것을 요구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TCI는 최근 민영화한 영국의 국영 우정사업기관 로열 메일의 지분 5%를 획득하기도 했다.
링클레이터스의 잘스 제이콥스 파트너는 "분야를 막론하고 행동주의 주주들로부터의 공격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다고 봐야한다"며 "기업들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대한 대비책을 더 철저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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