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상태 원본 공개는 처음…금감원 검사는 내년까지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동양 피해자들이 가입 때 작성한 '백지계약서'가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현재 진행 중인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논란에 핵심 증거로 활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일부 동양 피해자가 공개한 동양증권 '신탁계약 세부내역서'에 따르면 투자자 이름과 서명란만 작성돼 있을 뿐, 나머지는 공란으로 남아 있다. 신탁계약 세부내역서는 기업어음(CP) 등이 편입된 신탁 상품 가입 때 작성하는 계약서다.
세부내역서를 밝힌 동양 피해자 김모씨는 "지점에서 처음에는 상품명이 기재된 사본을 줬지만, 항의 끝에 상품명 등이 비어 있는 원본을 받을 수 있었다"며 "지점 직원 임의로 서류를 작성한 것인 만큼 일종의 사기라고 본다"고 분개했다. 김씨는 수원의 한 동양증권 지점에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내역서에는 신탁금액과 기간은 물론, 운용방법, 편입자산 등을 기재하게끔 돼 있다. 판매자(동양증권 지점)가 투자자에게 투자 설명을 한 뒤 세부내역서에 이를 기재 후 투자자가 서명하는 것이 정식 절차다.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뒤 피해자들 사이에서 "회사채와 CP 가입 때 백지계약서에 서명을 했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상품명 등이 추가된 사본뿐이었다. 피해자들은 이번 백지계약서 원본이 동양증권 불완전판매를 입증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동양 회사채 투자자는 "백지계약서를 받은 뒤 동양증권이 임의로 투자처를 정했으니 날조를 한 것"이라며 "다른 피해자들도 백지에 서명을 했다는 이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다른 투자자는 "계약 때는 위험문구 등이 전혀 없었으나 나중에 사본을 받고 보니 추가돼 있더라. 사본조차 공개 못한다는 지점이 많다"고 전했다.
이미 동양 투자자들은 개인 혹은 집단으로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한 개인 투자자는 동양증권을 상대로 2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이달 초 투자자 8명은 2억3000만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인터넷 피해자 모임 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800여명이 동양증권을 사기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 불완전판매에 대한 특별검사가 최소한 내년 3월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동양증권의 계열사 회사채, CP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이 1만8400여건이고 인원은 1만8500여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 신청 건에 대해서는 일일이 녹취록을 들어보며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 중인데 검사인력 한 명이 하루 5건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며 "최소한 내년 3월 말까지는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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