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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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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그런 비열한 인간이 아니야! 비열한 것은 당신이야! 모든 것은 당신이 저지른 거야. 그래놓고 우리 아버지에게 뒤집어씌우려 하는 거지. 불쌍한 노인에게 말이야!”


자기 아버지를 부둥켜안은 채 남경희가 사내를 돌아보며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려 퍼졌을 뿐이었다. 사태는 분명히 영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조금 전 자기 눈으로 직접 영감이 총질하는 걸 본 이상 더 이상 달리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그때 다시 쓰러져있던 이장이 나섰다. 그는 하림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윽박이라도 지르듯 말했다.
“이봐. 장하림! 장선생! 당신이 말 좀 해봐! 당신이 직접 본 거 말이야! 누가 개에게 총질을 했는지.... 당신은 분명 봤다고 했잖아?”


화살이 마침내 하림에게로 날아왔다. 하림은 순간, 곤혹스런 느낌이 들었다. 이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자신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어가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림에게로 향했다. 남경희의 시선도 따갑게 다가왔다. 그녀는 최기룡을 부축하여 안고 있는 하림의 모습에 약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엉겁결에 그러긴 했지만 그녀에겐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충분한 포즈였을 것이다.

그러자 하림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꿀 먹은 벙어리 꼴을 하고 있을 수 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도망갈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결심이라도 한 듯이 하림은 부축하고 있던 최기룡을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이층집 영감과 딸, 사내와 송사장 무리, 약간 떨어져 있던 동네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저만큼 뒤에 서있는 소연이의 모습도 보였다. 자기를 바라보는 소연의 눈빛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하림은 가볍게 한숨을 한번 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요. 모두가 원하신다면 말하겠어요. 그러나 먼저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전 그저 잠시 이곳에 글을 쓰기 위해 온 사람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누구의 편을 들 이유도 없지요. 또한 그러니까 이 골짜기에 기도원이 들어오든, <차차차 파라다이스 개발>이 들어오든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말입니다. 단지 저는 제가 본대로, 진실만을 전해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그것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이해 당사자들인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그러고는 잠시 말을 끓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날 저녁, 그러니까 총소리가 나던 날 저녁에 저는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는 윤재영 씨네 화실에 있었어요. 여섯시나 되었을까, 마악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죠.”


그리고는 마치 기억을 더듬기라도 하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곧,
“그때 멀지 않은 저수지 쪽에서 총소리가 났어요. 나도 처음엔 뭔 소린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하였지만 곧 그게 총소리라는 걸 깨달았지요. 그리고 나는 이전에 누구로부터 이 마을에 연쇄적으로 개가 총을 맞아 죽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날은 어둑하고 혼자였기 때문에 좀 무서운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이내 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나와 총소리가 난 쪽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러자 하림의 머리 속으로 그날 밤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그날 밤 온몸을 엄습하던 불안과 공포가 다시 고스란히 몰려오는 것 같았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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