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든 위성 모형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구상 중인 위성의 모형을 3D프린터로 미리 만들면 조립성을 미리 체크할 수 있고, 부품들 간의 간섭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다빈치랩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이 과정이 3차원 CAD 프로그램으로만 진행돼 한계가 있었죠."
9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해 김선원 선임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항우연의 '다빈치랩'에 들어서니 육중한 진회색의 3D프린터 속에서 푸른 불빛이 좌우로 번쩍이고 있는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불빛 사이에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노르스름한 위성 모형이 점차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사람 팔뚝만한 위성 모형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아홉시간 정도. 방문했을 당시 공정은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 3D프린터는 녹여서 액상으로 만든 필라멘트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물체를 만든다. 이후 겉표면의 왁스를 녹이는 처리 과정을 거치면 정교한 완성품의 모습을 드러낸다. 위성 모형을 뚝딱 만들어냈던 3D프린터 외에도 다빈치랩에는 컬러지원이 가능한 3D프린터와 두 대의 저가형 3D프린터가 구비돼 있었다.
3D프린터는 다빈치랩의 설립 취지에 가장 부합되는 '상징적인' 기계다. 다빈치랩은 이승조 항우연 원장이 연구원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신속한 하드웨어를 구현할 수 있는 원스톱 실험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아이디어'를 바로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3D프린터의 속성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3D프린터 외에도 다빈치랩에는 다양한 시도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계들이 준비돼있다. 입구와 가장 가까이에는 부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절삭기기가 놓여져 있고, 테이블 건너편에는 반도체판인 PCB를 직접 찍어낼 수 있는 기계가 놓여 있다. 바로 옆에는 PCB의 불량을 체크할 수 있는 검수 장비도 갖춰져있다. 두명의 전문 직원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직접 가공할 수 있도록 다빈치랩의 설립 취지를 돕고 있다.
다빈치랩이 정적인 연구를 돕는다면 바로 옆에 마련된 대형 공간은 동적인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곳은 가로 60미터, 세로 18미터로 실내 항공 실습 공간으로는 가장 최대의 규모다. 한창 벌새 모형기라고 불리는 AR-드론이 요즘 유행하는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5기통춤'을 연상시키는 비행을 선보이고 있었다. 김선원 선임연구원은 "좁은 공간에서 항공기 여러대가 한꺼번에 비행할 때 충돌하지 않도록 적외선 카메라를 내부에 설치해 소프트웨어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상하좌우이동이 가능한 싸이클로콥터, 사람의 힘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설계된 인간동력항공기, 달탐사위성 모델 등이 전시돼 있었다.
그렇다면 김승조 원장은 지금의 다빈치랩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김 원장은 "다빈치랩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구 실습 공간이라기 보다는 연구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며 "국책과제에 매달려야 하는 특성상 기대만큼 활기가 넘치지는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그는 "소수의 연구과제에 매달려야 하는 연구원들이 스스로 도식화되지 않도록 기초연구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시드(씨앗)과제를 만들어 다빈치랩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