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지도부 상황인식 안이하다" 비판에 '특검 카드'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민주당이 8일 지난 대선관련 의혹 일체를 특검을 통해 풀자고 공식 요구했다. 더 이상 검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민주당이 그동안 아껴뒀던 '특검카드'를 전면적으로 꺼내듦에 따라 위태롭게 유지돼 왔던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면서도 특검을 꺼내드는 것은 주저해왔다. 검찰의 수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시선이 바뀌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으로 기소했고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 은닉을 막겠다며 긴급체포를 결정했던 검찰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에게 서면조사서를 보내놓고도 "아직 조사 방법을 결정하지 않았다. 서면 조사 안 했다"고 거짓 해명한 것도 작용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형평성을 잃은 수사 외에도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밝혔던 국정원 포털팀에 대한 수사 결과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수사결과라면 재판결과 역시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검론은 지난 대선기간 동안 국가기관 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시의 진상규명 외에도 현 정부 들어서 수사에 대한 외압이 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필요성이 더욱 크게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초선의원 20명은 지난 대선 당시의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한 전면적인 특검을 요구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이어 군과 보훈처 등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데다 정권 차원에서 수사방해 축소ㆍ은폐가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정의당이 특검을 강력하게 요구한 데 이어 안철수,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지난 대선과정에서의 국가기관 개입 문제와 관련해 특검을 요구한 것도 민주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민주당의 상황 인식을 바꾼 결정적인 분수령은 7일 민주당 의원총회였다. 당 지도부는 의총에서 국정감사 이후 정기국회 계획 및 중점 추진 방향 등을 의총 의제로 꺼내들자 일반 의원들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문제와 관련한 지도부의 전략 부재 문제에 대해 반발했다. 당 지도부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욱이 민주당이 군의 대선개입 의혹 등을 밝히는 등 불쏘시개를 마련해놨는데 특검은 안 의원이 먼저 제안해 이슈를 선점해나가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 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에 반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을 언급하면서 "다수의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봐야 한다"며 "이제는 방향 전환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강공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일정 잠정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위태롭게 유지되어왔던 정국은 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내주 초로 예정된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각 상임위원회들이 제대로 열리지 못할 경우 법안ㆍ예산안 통과가 늦춰져 정부와 여당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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