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창립 100주년 맞은 흥사단 반재철 이사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 도산의 4대 정신은 흥사단 만의 이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과제이고 모든 국가의 숙제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 탄생일(9일)을 앞두고 기념 행사 준비로 바쁜 흥사단 반재철 이사장(사진)은 그러나 창립 100주년을 자축하기보다는 걱정이 더 많은 표정이다. 반 이사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헌법정신이 흔들리고 계층 간 갈등, 교육현장의 붕괴, 집단이기주의 등에 봉착해 있다"면서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흥사단(興士團)은 도산이 1913년에 설립한 민족운동단체로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무실역행 정신은 공리공론을 배격하며 참되고 성실하도록 힘써 행하자는 것입니다. 인격혁명과 신성단결을 통한 사회통합은 흥사단을 넘어서 나라와 인류의 숙제죠. 도산의 통합 정신은 우리에게만 필요한 이념이 아닙니다."
반 이사장은 도산 정신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더욱 많이 애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도산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마음이 불편하다.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도산 선생 관련 본문 기술이 '안창호의 발기로 창립된 신민회'(210쪽) 말고는 전무했다. 이광수의 친일 변절 관련 별도 박스에는 안창호가 죽음으로써 이광수가 친일을 선택하게 된 것처럼 기술되기도 했다.
반 이사장은 "역사 왜곡은 역사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면서 "특히 특정인, 특정 이념을 근거로 한 역사책은 절대 교과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정통성은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흥사단은 11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 '헌법정신으로 살펴보는 근현대사 산책'이라는 시민역사강좌를 열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경제의 글로벌화와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통해 극동의 작은 나라가 아니라 세계 선도국가의 지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경유착과 부패는 여전하고 미래 대한민국의 주인인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 만한 것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도산 선생이 더욱 필요할 때인 것 같아요."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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