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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많은데 지루하고 벅차고…" 초·중·고 교사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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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현재의 초·중·고 교과서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학습량은 많은데 지루하고 벅차다는 고충이 쏟아졌다.


4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주최 새교육개혁 창립포럼에서 현직 교사들은 초ㆍ중등 교과별 난이도와 학습량 분석결과에 대해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시급한 제도개선을 바랐다.

초등통합교과에 대해 조호제 서울 버들초 수석교사는 "2009개정 교육과정 체제에서는 창의인성교육을 위해 교과내용을 20% 감축하기로 하고 성취기준을 그에 맞춰 상당히 줄여서 제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육내용 20% 감축이 학기 말 총정리 같은 또 다른 형태로 발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교사는 "2009개정 교육과정 학습효율을 위해 블록타임제(50분 단위 수업을 2~3시간 연속 수업하는 방식)를 운영하고 있으나 현장은 별 관심이 없다"면서 "초등 사회·도덕, 과학·실과 교과군의 경우 두 교과 총수업 시수 불일치로 학기 또는 학년 단위의 집중이수제 운영이 어려워 본래 의도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생에게 어떤 과목이 가장 어려운가 묻는 질문에 제일 많이 나오는 과목이 사회"라면서 "이는 사회교과의 내용이 학생들이 경험하는 현실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교과와 관련, 주민철 서울덕암초 수석교사는 "바른생활은 지루하고, 즐거운생활은 난해하며 슬기로운생활은 어렵고 분량이 많다"면서 "유치원에서 배운 내용을 중복해서 배우고 있고 주제별 통합교과로 묶다 보니 중복되거나 억지로 짜맞춘 내용이 많다. 교육과정 개발의 비적정성으로 반드시 가르칠 내용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고충도 이와 비슷했다. 중학교 국어에 대해 김향숙 인천용현여중 수석교사는 "어려운 한문투의 단어가 너무 많고 문어체로 돼 있어서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거나 이해하기 매우 어려워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아니면 '홍길동전'처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어로 바꿔 중3 과정에서 배우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예를 들어 "1학년 1학기에 배우는 시 '봄은 고양이로다'는 중1이 배우기 난해하고 2학년 1학기 '양반전'은 역사수업에서 조선 후기를 배우기 전이라 배경지식이 없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어에 대해서도 사교육을 통해 벌어진 개인차가 심하고 수업 부적응 학생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등학교에서 게임과 노래를 중심으로 쉬운 표현을 학습하다가 중학교에서 갑자기 바뀌는 수업 방법 및 학습량으로 인하여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학교 수학의 경우는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에게까지 흥미도 없는 내용을 가르쳐 학습부담과 사교육의 주범으로 꼽히고 스토리텔링 교과서 수업조차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외면받는다(박성은 경기 고양외고 수석교사)는 비판이 나왔다. 과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원춘 인천성호중 수석교사는 "2·3학년 과학교과의 경우 내용이 너무 많아 연간 4단위 128시간 또는 3단위 96시간 정도의 수업시간에 교과 내용을 모두 배우기가 벅차다"면서 "학생활동 중심의 다양한 방법으로는 수업진행에 한계가 있어 교육내용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의 집중이수제에 대한 문제는 중학교에서도 비슷했다. 허성초 경기 운암고 수석교사는 "집중이수제로 1년 동안 배우는 과정을 한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다 보니 교사는 충분한 설명 없이 시간에 쫓기듯 가르치고 학생들은 많은 양의 시험이나 학기별 많은 분량의 수행평가 부담을 안고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학교 1학년 사회의 경우 12~14단원은 학습 내용이 정치·경제 등 매우 어려운 주제로 구성돼 있는 반면 이 단원의 수업은 학기 말이나 학년 말에 이루어짐으로써 학습이 적정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내용 수준이나 학습량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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