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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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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숨겨진 해안명소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1.7km 짧은 그 길에 수억만년의 세월 흔적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경주 읍천 해안의 부채꼴 주상절리. 바다에 피어난 한떨기 꽃과 같은 모양의 주상절리는 동해의 꽃으로 불린다. 2010년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주상절리 파도소리길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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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거친 동해의 파도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렁렁거린다. 바다를 막아선 방파제 위로 파도가 넘실 춤을 춘다. 파도의 힘에 밀려 잘게 부서진 자갈들이 해안가 물속에서 뒹군다. 불끈 바다 위로 솟은 기기묘묘한 주상절리가 파도소리에 노래를 한다. 부채꼴 '동해의 꽃'으로. 마을 해안가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는 성난 파도를 잠재우듯 정겹게 피어난다.

경주시 읍천리 일대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다. 경주가 바다를 끼고 있긴 하지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지와 명소들이 경주시내에 몰려 있는 탓에 여간해서는 해안까지 오지 않는다.


간혹 동해안 쪽의 감은사지며 문무대왕릉을 들르는 이들도 감포항 일대를 돌아보고는 서둘러 회맛을 보고 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니 경주의 동남쪽, 그러니까 울산과의 경계지점 쯤에 있는 읍천리 일대까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그런데 최근 읍천리 일대가 외지인들의 발걸음에 북적이고 있다.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은 마을 남쪽 해안에 있는 주상절리다.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km 해안을 따라 주상절리가 늘어서 있다. 오랫동안 군부대의 해안 작전지역이었기에 공개되지 못하다가 2009년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그 기기묘묘한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으로 일컬어지는 이 양남 주상절리(천연기녀물 제536호)를 따라 걷는 길도 생겼다. 푸른 바다와 흰 파도가 곁에서 벗이 되어주는 길의 이름은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다.

짙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 일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길이다. 한껏 게으름을 부린대도 출발해 제자리로 되돌아오는데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출발지는 어디라도 상관없지만 넓은 주차장과 공원, 활어 직판장 등이 있는 읍천항에서 시작하는것이 편하다.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이 길은 왼쪽에 바다를 끼고 출렁다리, 부채꼴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차례로 만난다.


경주의 동해안은 신생대 말 현무암질용암이 광범위하게 분출한 지역이다.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다각형 기둥(주상절리)은 수직으로 발달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 양남 주상절리는 기울어지거나 수평으로 누워 있거나 부채꼴 등 독특한 모양이다.


파도소리길의 압권은 읍천항에서 30여분 걸으면 나온다. 부채꼴 주상절리로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사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곱게 핀 한 송이 해국처럼 보인다 해서 '동해의 꽃'이라고 불린다.


부채꼴 주상절리는 최근에 새로 조성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으뜸이다. 꽃송이처럼 방사형으로 누워 있는 주상절리 위로 동해의 거친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울산에서 왔다는 정광훈(39) 윤호(4)부자는 "짧은 코스가 아쉽긴 하지만 파도와 기기묘묘한 주상절리가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이 절로난다"며 즐거워했다.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주상절리는 해안가의 오솔길을 따라 내려설 수도 있다. 육각형으로 날을 세운 주상절리를 밟고 바다 끝에 서면 앞으로는 수평선이, 좌우로는 갯바위들이 펼쳐진 모습이 보인다.


보통 주상절리는 제주의 갯깍해안에서 보듯 육각, 혹은 사각의 기둥이 수직으로 서 있는 게 보통이다. 간혹 옆으로 누워 있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부챗살이나 꽃송이처럼 둥글게 펼쳐진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나무 계단, 흙길, 몽돌 해안길이 섞인 파도소리길 곳곳에는 쉬어 가기 좋은 벤치와 정자, 포토 존이 설치되어 있다. 해가 지면 경관 조명이 들어와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작은 어촌인 읍천항은 벽화 마을로도 유명하다. 읍천1, 2리를 합쳐 20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은 '야외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해안 쪽의 주택가와 폐창고의 담벼락에는 다양한 벽화들이 빼곡하다. 해마다 공모전 형식으로 마을 벽면을 크고 작은 그림으로 장식한다.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벽화들은 제법 수준이 높다. 해안을 끼고 걷노라면 한 작품 한 작품 앞에서 발길이 멈춰진다. 어느 집 정문에 그려진 벽화는 문어가 활짝 웃으면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바다소식을 뭍으로 빨리 전하고픈 마음이 담겨 있는 듯 하다. 갈매기 거느리며 항구로 들어오는 고깃배는 뱃사람들의 만선의 꿈을 대변하고 있다.


읍천리의 벽화와 주상절리를 둘러보았다면 북쪽으로, 혹은 남쪽으로 해안을 따라 달려보자.


파도소리길 지척에는 경주 동해권을 여행할 때 빼놓아선 안 될 곳이 세 군데 있다. 통일신라 삼층 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경주 감은사지 동ㆍ서 삼층석탑(국보 112호), 문무대왕릉(사적 158호), 이견대다.


읍천의 북쪽에는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석탑이 서 있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태두 우현 고유섭 선생이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와 '경주 기행의 일절'에서 경주에 가거든 꼭 찾으라고 한 바로 그 문무대왕릉이다. 봉길해변에서는 문무대왕릉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해변에서 불과 200m 앞에 닿을 듯한 바위섬이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내가 죽은 뒤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는 유언에 따라 왕의 시신을 화장해 장사 지내고, 그 바위를 대왕암이라 불렀다.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또 감은사지에 힘차게 서 있는 두 기의 석탑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용으로 환생한 문무왕이 나타난 곳이자, 신문왕이 용으로부터 '만파식적'을 받은 곳이라는 이견대도 빼놓을 수 없다.


경주=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경부고속도로 경주 IC를 나와 서라벌대로 지나 보문관광단지 방면. 보문에서 추령터널, 감은사지, 문무대왕릉을 지나 읍천항방면 양남 주상절리로 가면 된다. (054)779-6078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먹거리=보문단지 내 화산운수대통한우가든(054-736-6767)은 한우 맛이 좋다고 소문났다. 천북면의 동백숯불가든(사진·054-774-5555)의 순수 한우 갈비살은 유명하다. 또 경상도말로 '고디탕'라 불리는 다슬기탕을 잘하는 원조 안강할매고디탕(054-762-0352)은 인기가 높다. 팥앙금을 넣어 만든 빵을 내는 황남빵(054-749-7000)은 경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필히 맛보는 별미다. 또 단고사리, 곤달비, 양, 곱창 등 6가지 친환경 재료로 끓인 '6부촌 육개장', 경주 산내면에서 재배한 곤달비와 각종 산채를 고명으로 올리고 된장 양념장에 비벼 먹는 '곤달비 비빔밥'도 있다.

바다가 피웠을까, 파도가 길렀을까 신라가 숨긴 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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