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들 지난달 평균 임금 전년比 0.3%↓…16개월 연속 하락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기업들의 임금 인상에 유도에 발 벗고 나섰지만 정작 일본 기업들은 임금 삭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간외 임금과 보너스를 제외한 일본 기업들의 지난달 평균 임금은 전년동기대비 0.3% 하락했다. 이로써 일본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지급한 평균 임금은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노동계와 경제계, 정부 대표가 참석한 노사정 회의에서 재계에 임금인상과 고용확대를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플러스로 반전하고 있는 최근 경제의 흐름이 기업수익, 임금, 고용확대를 동반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져야한다"며 "디플레 탈출을 위해 수익을 낸 기업들은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는 내년 봄으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 노동계 역시 줄기차게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일본 최대 노조단체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내년 봄으로 예정된 사측과의 임금 협상 때 5년만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생장관 역시 노조의 이런 요구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장기 침체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베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 호황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개월 연속 기준선을 웃도는 등 제조업 경기에도 파란불이 켜켰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달 0.7%를 기록하며 넉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일본은행(BOJ)의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평균 임금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재계와 노동계의 임금협상에 직접 개입하면서까지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본의 대표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히타치제작소(日立)가 최근 "노조가 요구하면 (임금 인상을) 생각해 보겠다"는 반응을 내놓은 정도다.
미즈호증권의 미야가와 노리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일본 재계의 임금 인상 여부에 달려있다"며 "일본 기업들은 최근의 경기회복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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