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티켓 판매 급증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작품성과 대중성까지 겸비한 중국 영화들이 중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할리우드 영화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내 입지가 점차 줄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중국에서 영화 티켓 판매 수익은 164억2000만위안(약 2조8566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 영화 티켓 판매는 94% 증가한 95억6000만위안, 외화 티켓은 5.2% 감소한 68억6000만위안을 기록했다.
그 동안 중국 시장 의존도를 높여온 할리우드의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할리우드의 제작사들은 북미에서 감소한 수익을 중국에서 만회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참패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스픽 림'은 지난 8월 중국에서 개봉돼 6억9420만위안 상당의 티켓을 팔아치웠다.
지난해까지 할리우드 영화는 중국 시장 점유율 51%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중국 영화는 '어벤저스', '미션 임파서블', '타이타닉 3D'를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에 줄줄이 밀려났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시장에서 외화 비율이 42%로 급감한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중국 영화의 제작 수준이 크게 높아져 중국 영화가 성장한 것이라고 본다. 3D 영화 '신서유기'는 12억4000만위안을 벌어들였다. 로맨틱 영화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도 7억1730만위안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렸다. 중국의 영화 제작사들이 3D 영화 제작을 늘린 것도 작품성 향상에 한몫했다.
일부 영화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 탓에 되레 관객을 더 끌어모았다. 동성애, 불륜, 원정 출산 같은 민감한 내용을 다룬 탕웨이(湯唯) 주연의 '시절연인'은 티켓 판매 수익이 5억1840만위안에 달했다. 현재 상영 중인 '마약전쟁'에서는 등장인물이 코카인을 흡입하는 장면도 나온다.
극장 수가 대폭 증가한 것도 중국 영화의 성장을 이끈 한 요인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중국에 극장 625개가 새로 생겼다. 현재 전체 극장 수는 4305개다. 같은 기간 44편의 3D와 아이맥스 영화가 상영돼 지난해 기록을 이미 따라잡았다.
중국은 세계 제2의 영화시장이다. 13억 인구를 등에 업은 중국의 영화시장은 더 커질 듯하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중국 영화시장이 오는 2018년 미국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영화 제작진의 질적 수준이 개선되고 중국 정부가 자국 영화산업을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 영화에 특혜를 줘 외화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비판한다. 지난 4월 할리우드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상영이 개봉 당일 난데없이 취소된 게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한 달 뒤 개봉된 '장고'가 거둬들인 수입은 겨우 260만달러다. '장고'는 미국에서 1억6200만달러를 쓸어담았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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