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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가 알맹이된 일반고대책…교육부 뭇매맞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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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교육부가 28일 내놓은 일반고 교육역량강화방안 확정안에 대해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에 일반고의 위기가 특수목적고(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일반고를 살리는 한편으로 이들 특목고나 자사고의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시안에도 이런 취지가 반영됐다. 그런데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이후 마련된 확정안은 일반고도 살리고 자사고도 살리는 쪽으로 정리됐다.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에 위기가 왔는데 자사고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크니 일단 둘 다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교육부가 굴복한 것 ▲시안보다 크게 후퇴된 확정안 ▲자사고를 더 살리는 것이라면서 교육부를 성토하고 있다.

◆자사고 반발에 굴복?=자사고 측은 지난 8월13일 교육부의 시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자사고 죽이기'라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자사고의 법인 이사장들은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자사고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대체로 중산층 이상인 자사고 학부모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열었고 교육부가 주최하는 공청회장을 점거해 공청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어느 정책이나 입안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는 필수이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견이라면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육부는 "성적 제한 철폐를 고수한 대신 자사고 측에 일부 선발권을 주는 것으로 타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확정안에 대해 자사고와 자사고 학부모들이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에 전교조, 일반고 학부모단체, 교사단체 등은 모두 반발하고 나서 의견이 한쪽에 힘이 실리면서 수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안보다 너무 후퇴한 확정안?=그간 정부나 국회의 정책입안과정을 보면 시안(원안)과 확정안(수정안)은 큰 틀은 바뀌지 않는 게 관례였다. 시안자체가 이미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거친 끝에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자사고 대책은 시안과 확정안의 차이가 컸다. 교육부 정책의 목표가 일반고 교육역량강화방안인데 일반고보다 자사고에 관심이 더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는 당초 8월 발표한 시안에서는 평준화지역에 소재하는 자사고(39곳)는 2015학년도부터 성적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사회통합전형은 폐지하기로 했었다. 확정안에서는 서울은 추첨방식 외에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했고 사회통합전형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애초에 교육부가 자사고 선발방식을 성적 제한 없는 선지원 후추첨으로 한다고 했을 때 우호적인 여론이 많았다. ㈔좋은교사운동이 현지 초·중·고등학교 교사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64%가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지지했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확보해 일반고 교육 여건이 악화됐다'는 의견에 86%가 동의할 정도로 특목고와 자사고가 초·중학교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교총은 보도자료에서 "자사고의 학생선발 방법을 학생 성적 중심이 아닌 진로계획 및 지원동기, 내신과 면접 방식으로 다양화한 것에 대해 교육계와 교총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당초 폐지키로 했던 자립형공립고(자공고)도 부활됐다 교육부는 시도교육감 평가를 거쳐 한 차례 지정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자공고의 일반고로의 일제 전환 방침을 밝히자 자공고 측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온라인 신문고 등을 통해 폐지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해왔다는 후문이다. 교육부 측은 "관련 법에서 자공고는 지정기한이 도래하면 시도교육감이 평가해 한 차례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번에 원래 법대로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에 더 유리해졌다?=교육부의 확정안은 자사고에 오히려 더 유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방식에서는 내신 50% 안에서 자사고가 학생을 무조건 받았어야 했다. 확정안에서는 1단계에서 1.5배를 뽑고 2단계 면접에서 창의인재전형을 통해 다시 선발한다.


2013학년도의 경우 서울소재 24개 자사고 중 6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18개교에서 1.5대 1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암하면 사실상 18개교에는 선발권이 완전히 부여됐다고 해석된다. 현재 구조에서 1.5대 1의 경쟁률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1.5배수까지 추첨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으며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선발권 부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자사고 입학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20%인 학생이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1.5배의 여유를 주게 되면 사실상 성적 상위권 학생을 그대로 뽑을 수 있다. 또한 면접을 통해 지원 학생의 중학교 때 성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학생선발의 시기도 후기로 배치하였다가 다시 전기로 되돌렸다.


전교조는 "자사고는 성적상위 학생들을 그대로 뽑을 수 있고 나아가 10% 범위에서는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를 뽑지 않아도 되는 수확까지 올렸다"면서 "사실상 귀족학교임을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는 "이번 자사고 선발 방법 확정에 따라 서울지역 자사고 가운데는 지원 시 정원 미달인 학교도 있지만 적어도 강남권(중동고ㆍ휘문고ㆍ세화고ㆍ세화여고ㆍ현대고 등) 및 교육 특구 지역에 인접한 학교(양천구 한가람고ㆍ양정고ㆍ강동구 배재고ㆍ송파구 보인고ㆍ성동구 한대부고ㆍ서대문구 이대부고ㆍ중구 이화여고 등) 등으로의 지원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자사고에서 임의로 학생을 성적 위주로 뽑는 것은 서류 제출이나 면접에서 제도적으로 할 수 없게 할 계획"이라며 "자사고 교장단, 관련 전문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성적 반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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