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원·달러 환율이 1060원 수준에 머물면서 환율변수가 부각되고 있다. 28일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수준에서 마지노선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말 수출업체 네고물량 출회 등의 변수가 있으나, 연말 양적완화 축소 재부각,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정부개입 등을 감안한 결과다.
주요 수출업종인 IT와 자동차는 해외생산 비중 증가, 비용 통제 효과, 원재료 수입 헤지 효과 등으로 환 민감도가 축소 중인 것으로 보여, 원화 강세에 따른 감익 수준은 과거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주 발표된 한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여타 신흥국 대비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업 주가 조정은 우려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기민감재에 대한 시각 조정을 빠르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약화된 데는 외국인의 주간단위 매수 강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 유럽지역의 경기모멘텀이 최근 2주간 빠르게 둔화됐다는 점, 중국 시보(Shibor) 금리 상승과 정부의 긴축스탠스 전환 가능성 점증이 공존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 국내 내부적으로도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이익 모멘텀이 둔화됐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수강도 둔화를 외국인의 포지션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펀드플로우로 판단할 때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는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유지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상승국면에서 대외경기에 민감한 국가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증시와 동남아시아의 외국인 순매수 강도 차이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로존 산업서베이 중 주문지수와 재고지수간의 차이를 보면, 지난 4월을 저점으로 꾸준히 개선 중이다. 유럽 주요국의 주택 및 부동산 경기의 악화도 완화됐다. 부동산 경기의 개선은 가계소비심리 회복으로 연결된다. 올해 이후 유로존 소비심리지수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소매판매도 동반 회복 중이다. 중국은 크게 변할 것이 없다. 자국 부동산과 경기에 대한 기대가 이전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가 여전히 위험자산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 국내와 같이 대외경기에 민감한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유럽의 산업생산·투자·소비 및 소비심리 등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최근 중국에서 단기금리 상승과 정책 불확실성이 절대적인 성장률 수준을 낮추는 새로운 악재가 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마찰적 조정 이후 상승 국면 진입 시나리오는 유효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둔화됐던 외국인 매수강도가 재차 강해지고 있는 자동차와 3분기와 4분기 순이익 추정치가 모두 상향 조정되고 있는 기계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한국증시의 성과는 수출액의 절대 수준과 내수출하 증가율에 좌우돼 왔다. 명목지수인 코스피의 절대 레벨은 수출액 추이와 유사하게 움직여 왔고, 수출액보다 더 많이 코스피가 상승하는 부분은 내수출하 전년대비 증가율이 0보다 큰 경우에 가능했었다.
최근 2년여 동안 코스피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인 것도 수출액 절대규모가 횡보세를 보였고, 내수출하 증가율도 0% 주변에서 움직인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10월 수출이 최초로 월간 수출 500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은 지난 2년여 간 코스피 박스권 돌파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코스피는 최근 모멘텀 소강 상태 영향으로 둔화 양상이지만, 수출경기 회복과 부담스럽지 않은 원화강세 영향으로 꾸준한 상승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코스피의 꾸준한 상승세 기대하는 상황에서 특정 섹터별 접근보다는 증시 전반적인 접근이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한다. 글로벌 증시의 지역별, 섹터별 성과의 민감도를 보면 올해 중반부터 섹터의 선택 보다는 지역의 선택이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섹터별 선택 보다는 지역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에서 증시 접근은 특정 업종에 얽매이기 보다 주식이라는 자산 관점에서 접근이 유리해 보인다. 한국증시는 앞에서 확인한 견조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선호되는 지역으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승현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최근 원화강세는 연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매수 두 가지 요인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431억달러였는데, 지난 8월까지 이미 이에 육박하는 422억달러 흑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의 연간전망은 630억달러이고, 현재 추세로 보면 670억달러 내외 흑자가 가능할 예상이다. 전년보다 경상수지 흑자가 250억달러 정도 확대 예상된다. 여기에 8월이후 외국인은 130억달러 가량 주식을 순매수 중이다.
이전 원화 강세구간과 다른 점은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흥국가 불안여파인지 3분기 중 기업들의 선물 달러 매도보다는 매수 비중이 더 높았다. 이례적인 원화강세는 기업들의 기대를 바꾸어 놓아 선물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달러 유입속도를 높여 새로운 원화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외환시장에 직개입을 통한 원화 강세 저지는 한계가 있다. 원화 강세속도를 완화시키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출환경 개선과 외국인 순매수 기조 유지, 그리고 기업 선물 포지션 변화까지 가세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더 강화될수록 원화 강세 압력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연말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이상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본다면 다시 달러당 1000원 이하로 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3분기 중국이 무난히 예상치를 달성한 7.8% 성장을 달성한데 이어, 한국 경제는 예상을 상회하는 3.3%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유럽경제 회복이 확인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질 것이다.
유럽경제의 회복, 미국의 완만한 정책후퇴라는 환경은 세계경제 성장동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것이다. 그간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미국의 후퇴속도가 완만한 가운데, 유럽경제 회복으로 성장축이 다양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환경은 신흥시장에게도 긍정적이다. 한때 우려를 만들었던 신흥시장에서의 자본이탈 우려는 미국의 정책후퇴 시점 연기 기대로 재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유럽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경기 개선이라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신흥시장의 체질 강화에 대한 기대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대외경기 환경은 수출경기에 우호적이다. 그런데 수출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경이 더욱 원화 강세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회복 기대에서 미국은 한발 물러서 있다. 수출주 중에서도 미국에 대한 비중이 높고, 환율 민감도가 큰 전기전자, 자동차 보다는 다른 수출주들이 상대적으로 강할 것임을 시사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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