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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1장 뒤꼬인 사랑의 방정식(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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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1장 뒤꼬인 사랑의 방정식(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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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희와 헤어진 하림은 다시 혼자가 되어 터덜터덜 화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혼자가 되니 아침부터 일어난 일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동철과 윤여사의 뜻밖의 방문, 그리고 동철로부터 들은 혜경이 소식, ‘야, 너한테 소식 없어 섭섭해 하는 눈치더라.’는 말.... 그리고 얼큰한 민물새우집에서의 점심,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윤여사의 알듯말듯한 말들....
그리고 뭐였지.... 아, 그리고 하소연이 사촌 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고, 소연이가 따라갔지. 거기서 수관선생을 만나 그의 황토집으로 갔고, 거기서 또 이층집 여자 남경희를 만났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들의 나열 같았지만, 마치 하나의 통 속에 든 물건들 같이 하림의 머리 속에 서로 뒤엉키어 있었다. 그 물건들은 저마다 강력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전 헤어진 남경희만 해도 생각하자면 한이 없었다. 그녀와 이장과 수관 선생의 관계만 해도 얼마나 복잡한가. 어떻게 보자면 그들 사이에 시한폭탄이 감추어져 있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이런 판국에 윤여사는 왜 나타난 것일까? 그냥 밥이나 사주려고 온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었다.
처음 여긴 왔을 때 수도 고치는 사내와 이장이 나누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수도 고치러온 사내가 말했었다.


‘근데 그 송사장이란 인간이 윤재영이 하고두 먼 친척된다는 말도 있던데.....?’
그리고 하림이 화실을 사서 왔느냐고 물으면서,
‘하긴 팔 여자가 아니지. 여기저기 땅을 사 모으고 있단 이야기도 들리던데....’
하고 지나가는 투로 했던 말도 떠올랐다.
그리고보면 윤여사는 처음부터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하림은 왠지 모르게 찜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곧 그 찜찜한 기분은 통 속에 든 다른 중요한 물건, 즉 혜경이와 소연이에 대한 걱정으로 묻혀버렸다. 아무튼 그건 그들의 일이었고, 자기에게 중요한 것은 혜경이와 소연이였다.

생각하면 우스웠다.
인간이란 게 복잡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남녀, 즉 암컷과 수컷이 만나 짝을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그러다가 늙어서 소멸되는 것,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닐 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DNA의 운반자, <이기적인 유전자>의 전달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지도 모른다. 사랑이니 뭐니 하는 것도 그런 역할을 하도록 장치 지워진 일종의 가면인지도 모른다. 모든 식물 동물, 생물이 다 그러할진데 인간이라고 쥐뿔 다른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찻집에 앉아 속삭이는 것도, 이장처럼 죽네사네 발광을 하는 것도 오로지 짝짓기를 잘 하기 위한 치장이자,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다. 굳이 프로이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권력이란 발기한 성기요, 문화는 가려진 성기인지도 모른다. 공룡의 무서운 뿔도 사실은 다른 종에 대한 무기가 아니라 같은 종의 다른 수컷에 대한 무기이며, 모든 동물이 가장 사나워질 때가 바로 발정기라는 사실도 그런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인간 세상이라 하여 동물의 왕국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사랑도 우스워진다.


하지만 비록 그렇다하더라도, 사랑은 사랑이다. 사랑의 감정은 연민이나, 수치심처럼 절대로 유전적 법칙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감정이다. 그래서 일찍이 동양의 현자들은 사단칠정(四端七情)이야말로 인간을 동물들과 구별지워 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인간을 때때로 신의 영역까지 기웃거리게 하기 때문이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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