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가족이냐, 프랑스행(行)이냐.'
지난 9일 코소보로 추방된 집시소녀에게 프랑스 정부가 가족은 떼어놓고 본인만 재입국할 수 있다고 허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톨레랑스(관용)을 중시하는 프랑스가 정작 집시 등 이민자에게는 점점 비관용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코소보로 추방된 로마(집시) 소녀 레오나르다 디브라니가 프랑스에 돌아오는 것을 허가한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망명신청이 불허되더라도 "청소년의 경우 원한다면 프랑스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체류 허가는 오직 그 자신에게만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제반 상황을 고려한 뒤 인도주의적 배려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수업 중인 이 15세 소녀를 동급생 앞에서 붙잡아 추방시킨 조치로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반발해 프랑스 고등학생 수천명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파리 시내에서 행진을 벌이며 디브라니를 프랑스로 데려올 것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올랑드 대통령은 "추방조치는 적법했지만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분별력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디브라니 가족은 반쪽짜리 재입국 허가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디브라니는 "혼자 프랑스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가족을 포기할 수 없다"며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내 오빠와 언니들도 학교에 가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는 "우리가 프랑스로 되돌아가도록 허가하지 않는 것은 인종차별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입국 허가 조치로 논란을 잠재우려 한 올랑드는 이번 결정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좌·우파 모두 올랑드의 발표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올리비에 다티골 공산당은 대변인은 "올랑드가 15세 소녀에게 가족과 프랑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중대한 정치적 도덕적 오류를 범했다"고 했다.
우파인 대중운동연합의 장 프랑수아 코페 대표는 "올랑드는 확고함이 부족했다. 국가의 권위에 큰 타격을 가했다"며 "프랑스와 법이 비웃음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편 프랑스는 동유럽 이민자와 노숙자의 과다 유입을 막기 위해 최근 이민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슬럼화되고 범죄율이 치솟자 보수적인 이민정책을 펼쳐 이들의 유입을 막고 있다.
2017년 프랑스 대선출마를 선언한 프랑수아 피용 전 프랑스 총리는 "현재 프랑스에는 연간 20만명이 유입돼 경제위기 속에 실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민자 유입에 따른 공공지출을 줄이고 국민 단합 문제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사회당 정부의 이민 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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