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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원전 부품성적 위조가 부른 '최악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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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원자력발전소 1기를 짓는 데는 최대 300만개의 크고 작은 부품이 들어간다. 중요하지 않은 부품은 단 한 개도 없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3만여개의 부품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원전의 부품이 얼마나 안전해야 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지난 16일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제어케이블 안전 검증 재시험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례는 지난해부터 눈덩이처럼 부푼 원전 부품 비리 사태의 '결정판' 같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은 원자로의 제어 신호를 주고받는 원전의 핵심 부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 당국은 신고리 3, 4호기에도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케이블(JS전선 제작)이 들어간 사실을 지난 5월 확인하고 재시험을 통해 안전성에 결함이 있다고 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설치된 케이블을 철거하고 새 케이블로 전량 교체하겠다고 했다. 교체 예정인 케이블 총량은 신고리 3, 4호기를 합쳐 900km에 이른다. 교체 비용만 400억원 가까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어림잡은 준공 시점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고리 3, 4호기의 내년 8월 완공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이 같은 준공 지연은 내년 여름철 전력난에 대한 우려 외에도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의 명분을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밀양송전탑공사반대대책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신고리 3호기 제어케이블 성능 테스트는 화염ㆍ방사능ㆍ붕산수시험 등 세 과정을 거치는데 최초 단계인 화염시험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며 "성능테스트가 통과할 것으로 미리 예단하고 공사를 강행해 주민에게 큰 고통을 끼친 정부와 한전에 준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을 일으킨 새한TEP는 위조에 가담할 당시만 해도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한TEP의 '작은 날갯짓'은 관련자 '줄 구속'은 물론 원전 가동 중단, 부품 전수조사 및 교체, 전력 부족, 밀양 송전탑 건설 차질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한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 부담은 누가 지고 갈 것인가.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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