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10월 1일 본회의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낯뜨거운 정치 공방에 또 한명의 '여인'이 추가됐다.
"채동욱 전 총장과 (내연녀로 지목된) 임 모씨의 관계가 틀어졌는데 그 이유는 임씨가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채 전 총장과 한 여성정치인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곧바로 본회의장에서는 항의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즉각 반박에 나섰고 긴급현안질의가 끝난 후 가진 의총에서 남인순 의원은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아니면 말고' 찔러보기식 폭로전은 김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도 "채 전 총장과 민주당 간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음모설을 주장했다. 뜬금없이 터져나온 채 총장 '삼각관계설'에 이어 채 총장-민주당 '커넥션'까지 제기된 것이다.
김진태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사실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검사들이 정치인이 되자 '카더라 통신사'로 돌아선 이유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때문이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제도다. 이 법의 도입 취지는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발언·표결하는 것을 보장해 의원의 국민대표성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정당국가적 의회제도에 있어서 의원은 정당의 대표성이 더 농후하게 나타나는 발언을 하게 됨으로써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긴급현안질의는 민주당이 정기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걸었던 중요한 일정이었다. 여야는 이 자리에서 기초 연금 축소와 채 전 검찰총장의 사의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급현안질의는 근거 없는 의혹제기와 고성으로 얼룩진 채 싱겁게 끝났다.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 정홍원 국무총리는 "오해다", 야당은 "원상 복구하라"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긴급현안질의가 끝나고 양 당은 송곳같은 질문들로 쟁점 현안을 다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각 당의 주장과 달리 하루가 지난 정치권에서는 기초 연금과 검찰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3류 스캔들만 남아있다.
"그래서 채 전 총장 정치인 애인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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