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거부 여전…'택시잡기 전쟁' 여전
'빈차' 불 켜고 목적지별로 골라태우기도
"퇴출 강화, 수급개선 관련 정책 강화돼야"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시내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지난 12일부터 3000원으로 인상됐다. 4년 만의 요금 인상과 함께 시계외요금 부활, 법인 택시기사 월급 상향 조정 등 택시업계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보완책이 나왔지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됐던 '택시 서비스 개선'은 이번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일 택시 기본요금 인상에 앞서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실망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도록 택시 서비스 혁신 대책을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택시업계와 노사, 교통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모여 만든 실효성 있는 대책인 만큼 그동안 번번이 실패한 승차거부 등을 근절하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택시요금이 인상되고 나서 처음 맞는 심야시간이었던 13일 새벽, 서울시내에서 택시 승차거부는 여전했다. 홍대 앞 대로변에는 '빈차' 점등을 켠 택시들이 줄을 이었지만 택시들이 승객을 골라 태우는 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친구들과 홍대 앞을 찾은 대학생 권현주(23)씨는 "20분 전부터 택시를 잡고 있는데 흑석동엘 간다고 하니 계속해서 승차거부를 당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현기(28)씨도 "요금이 오른 것을 알고 있어서 혹시나 하고 늦게 나와 봤는데 기대를 했던 게 잘못"이라며 허탈해했다.
승객과 기사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김영도(26)씨는 "택시에 일단 타고 목적지를 말했더니 기사가 내리라고 해서 버텼는데, 기사가 뒷좌석 문을 다짜고짜 열고 일행을 끌어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택시의 기사는 "주어진 영업시간에 더 멀리 가는 사람을 태우는 게 당연한 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냐"는 반응을 보였다.
택시 서비스 개선은 이번 인상 때뿐만 아니라 요금 인상 때마다 내놓는 주요 명분 중 하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사례는 없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과 함께 수급 조절과 진입장벽에 대한 정책적인 접근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인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택시기사는 "택시 영업을 원하면 며칠 만에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업윤리나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개인택시를 목표로 장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좀 다르지만 마구잡이로 택시 운전에 나서는 사람이 워낙 많아 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처우 개선이 반드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택시 수급 조절을 할 수 있는 관련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도입된 심야버스를 비롯해 콜 전용택시나 중소형 셔틀버스 등을 탄력적으로 활용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7만3000여대로 포화상태에 이른 택시의 단계적인 감차 방안을 마련해 서비스 개선과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각종 범죄에 연루되거나 서비스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택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퇴출제도를 운영해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1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택시 수가 너무 많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집행은 중앙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수홍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이번 택시 서비스 개선의 초점이 승차거부에 맞춰진 것은 맞지만 수만 대의 택시 서비스를 한 번에 해결하는 방안은 있을 수 없다"며 "택시기사의 자격시험을 강화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서비스 개선과 연계한 다양한 감차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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