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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네이버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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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네이버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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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괴물로 태어난 것일까, 자라면서 괴물로 변한 것일까. 아니면 주변의 시선이 흉칙하고 괴기스러운 것일까.


포털 1위 네이버를 둘러싼 논란이 '괴물'이란 단어만큼이나 살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네이버를 손보겠다며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괴물의 물적 증거를 확보하겠다고 벼른다. 일부 언론이 네이버 비판에 지면을 아끼지 않으면서 호의적이던 넷심도 등을 돌렸다.

1999년 검색서비스 출시 이후 인터넷 혁신의 상징이자 벤처의 성공모델로 평가받아온 네이버가 어느새 구시대적 산물로 전락한 것이다. 하루 방문자 1500만여명, 시장 점유율 70%를 장악한 네이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달 27일, 네이버 논란의 당사자들이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ㆍ소상공인과 네이버-솔직하게 말하는 대화' 간담회에서다. 참석자들은 네이버의 불공정을 '솔직하게' 질타했고,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진정성'을 읍소하며 상생협력 기구를 약속했다.

네이버의 상생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앱 개발사 배달의 민족과 상생협약 체결(8월27일)부터 CEO 직속 상생협력 전담조직 신설(8월29일), '김기사' 앱으로 유명한 록앤롤과 상생협력 체결(9월25일), 맛집정보, 여행정보 등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아온 서비스 종료 계획 발표(9월26일)까지.


최근에는 '광고'와 '정보'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한 해법도 내놨다. 이달 8일부터 검색광고 영역에 한글로 '광고' 문구를 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스 콘텐츠도 일부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난 7월29일 1000억원 상생벤처펀드 조성 계획 발표로 시작된 네이버의 숨가쁜 변신은 그들 스스로 위기를 인식했다는 증거다. 애써 외면했던 그들 안의 '괴물'을 마침내 인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네이버 논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폭제는 '권언 합작'이다. 뉴스 클릭과 여론 주도권을 네이버에 빼앗긴 피해자들의 반격은 매서웠다. 언론이 떠들고 정치권이 되받으면서 포털 공룡은 인터넷 괴물로 내몰렸다. 언론은 이를 '지배적 사업자의 횡포'로 포장했지만 행간에는 인터넷 클릭을 빼앗긴 상실감이 드러났다. 뉴스 생산 주체가 뉴스 유통자에 지배당하는 역학구도가 못마땅하다는 적개심도 엿보였다. 네이버가 올 4월 뉴스캐스트 대신 뉴스스탠드를 채택한 이후 언론 공격이 불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뉴스스탠드 도입으로 언론사들의 뉴스 클릭은 뉴스캐스트 시절보다 급감했다.


정치권도 여론이 형성되고 폭발하는 네이버가 눈엣가시다. 새누리당은 8월 '네이버 불공정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네이버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민주당도 가세했다. 정치권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배적 사업자의 횡포'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내 균열이 발생했다. 민주당은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를 이유로 네이버를 압박하는 것은 온라인 여론 옥죄기"라며 여당과 각을 세웠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네이버가 갖는 순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결국 네이버 관계자들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은 무산됐고,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티격태격 시끄럽다.


네이버 안의 괴물, 그리고 권언 합작의 네이버 옥죄기. 이것이 네이버 논란의 전말이다. 그렇다고 네이버의 순기능까지 훼손할 이유는 없다. 우리 인터넷 문화가 이만큼 풍성해진 것도, 글로벌 검색 공룡 구글의 공세를 차단한 것도 네이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네이버에서 파생한 '라인' 앱이 일본을 강타하며 'SW(소프트웨어) 한류'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의미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네이버와 같은 성공 브랜드를 축적하는 것은 창조경제 시대에 사회적 책무다. 성공의 경험은 또 다른 성공을 낳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괴물의 탈을 벗어야 하는 절박한 만큼, 네이버를 향한 괴기스러운 시선도 이제는 그만 거둬야 하지 않을까.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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